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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배 보러 오는 손님 늘었어요” 중견조선업 실낱희망

등록 2012-11-27 20:45수정 2012-11-29 13:38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통영 성동조선해양 가보니
미국발 금융위기로 4년간 불황
작업 쉴 틈 없어도 수주없어 근심

최근 원화절상에 선주들 움직임
가격 인상전 발주 서두를 가능성
“10년전 원화강세때 수주급증 전례
친환경 선박 등 경쟁력 높여 대비”

“최근 한두달새 배 보러 온 손님이 많다. 현장 직원들은 이런 분위기 보면서 희망을 본다.”

지난 22일 경남 통영의 성동조선해양 조선소에서 만난 강왕길(39) ‘기원’(작업반장)은 “내년엔 희망을 가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강씨는 선체 밑바닥을 만드는 공장에서 100명의 반원을 이끌며 품질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시끄러운 작업 소리 속에서 “현장에서 바라는 것은 수주 소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의 일부(블록)와 장비를 나르는 900t급 크레인을 조종하는 한 노동자 역시 쉴새없이 일하고 있었다. 100m 높이의 조종실에서 일하는 그는 이날 점심을 컵라면으로 대신했다. 그는 “최근 일이 밀려서 바쁘다”고 말했다.

바다에 접한 안벽(배를 띄워놓고 작업하는 부두)에선 8척의 배가 한꺼번에 마무리 작업 중이었다. 1900t급 참치선망선부터, 육상에서 만들어 전날 바다로 내보낸 8800TEU급 컨테이너선까지 중대형급 선박들은 선주에게 인도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연신 성동조선해양 영업본부 부사장은 “지금까지 힘들었지만 2014년부터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불황으로 선박 가격이 워낙 내린 상태라 최근 미국 쪽 선박펀드가 (구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4년은 성동조선해양 등 중견 조선업체에 무척 힘든 시기였다. 호황을 맞아 덩치를 키우던 중견 조선업체들은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아 그대로 추락했다. 경기 침체로 세계 물동량이 줄면서 상선 발주가 크게 줄어들었다. 현대중공업 등 대형 조선소들은 해양플랜트 등으로 살길을 찾았지만, 중견 조선업체들은 대거 손실을 입었다. 2007년 수주잔량 기준 세계 8위까지 올랐던 성동조선해양도 2010년 8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에스피피(SPP)조선 역시 2009년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는 중견 조선업체에 최근 실낱같은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요인이 생겼다. 달러에 견줘 원화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죽어 있던 선박 발주 시장이 깨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박무현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원화 강세가 지속돼 달러 기준 선박가격이 오르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조선 시황이 연비가 좋은 선박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선주들이 선박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발주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소는 환 헤지(위험 회피) 등을 통해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지 않지만, 선주 쪽에선 조금이라도 배를 싸게 사기 위해 환율에 민감하다. 박 애널리스트는 “실제 2002년 4월부터 원화가 강세로 전환되자 한국 조선업의 수주량도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 9월 발표된 한 선박 사례는 선주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국외 해운업체인 스코피오는 한국 조선소에서 새로 만든 친환경 선박을 운용한 결과, 기존 화물선에 견줘 30%나 연료를 아꼈다고 발표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국 조선소에서 만든 선박이 중국 선박에 견줘 연비가 훨씬 좋다. 선주들이 고유가에 경쟁력이 없는 낡은 배를 해체하고 새 배를 주문할 필요성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했다.

선박 건조비용보다 운용비용이 훨씬 큰 해운업 특성상, 친환경 선박을 사려는 수요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선주들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여 발주가 시작되면 조선소는 현재 1~2년치밖에 남지 않은 수주잔량에 숨통이 트이게 된다.

원화 강세가 기회가 될지는 이제 중견 조선소에 달렸다. 에스피피조선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5만3000t급 선박이 선주들로부터 최고 등급의 연료 효율성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에스피피조선은 선종을 중형 선박에 특화시키고, 친환경 기술로 세계 시장에 도전한다. 성동조선해양의 김원대(44) 기원은 “작업개선 제안이 한달에 20건씩 올라온다. 새로운 배도 만들고 현장 작업자들도 원가절감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영/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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