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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소비자 볼모로 한 ‘카드 수수료’ 분쟁…당국은 뒷짐만

등록 2012-11-26 19:41수정 2012-11-26 22:10

중소가맹점 94%는 내리고
매출 1000억 대형가맹점은 올라
보험사·통신사 등 “요금 올릴 것”
계약해지 요구 등 카드사 압박도
카드사 “인상 안되면 혜택 축소”
당국 “정부개입 여지 없다”
대형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뼈대로 하는 여신전문업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대형가맹점과 신용카드사의 협상이 소비자를 ‘볼모’로 삼는 전략으로 치닫고 있다.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번에 수수료가 인상되는 가맹점 수는 13만여곳으로 전체 가맹점의 6%다. 한해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인 대형가맹점이다. 나머지 94%는 현행 수수료율을 유지하거나 더 낮아진다. 평균 수수료율도 2.1%에서 1.9%로 인하된다. 그러나 실제 카드 결제 액수와 건수가 많은 대형마트·통신사·보험사 등의 수수료는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수료 인하 체감도는 낮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대형업체로서는 그만큼 오른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려는 유혹도 커지게 된다.

우선 신용카드 업계는 대형가맹점 수수료를 높이지 않으면 부가서비스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대형가맹점의 수수료 인상을 전제하더라도 카드업계 부담이 1조2000억원에 이른다”며 “슈퍼갑인 대형가맹점이 양보하지 않으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부가혜택이 더 크게 줄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사들은 또 룸살롱 등 유흥·사치 업종이 카드수수료 개편의 최대 수혜자라며 정부에 역공을 가하고 나섰다. 유흥업에 대한 반대 정서를 활용해 수수료 인하의 부당성을 홍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들 업종의 90% 이상은 개정법에 따라 수수료율을 기존 3.5~4.5%에서 1.5%로 내려가게 된다. 그러나 이들 업종의 90%는 연매출 2억원 미만인 중소가맹점이고, 강남의 대형 룸살롱은 최대 수수료인 2.7%를 적용받게 된다.

반면, 손해보험사들은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 통보에 따른 추가비용이 한해 750억원에 달해 보험료를 올려야 할 상황이라고 반격에 나섰다. 통신업계도 수수료 협상안대로라면 한해 900억~1200억원의 부담이 늘게 돼 통신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버티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수수료를 0.4%포인트 인상하면 한해 400억원의 비용이 늘어나게 돼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업계는 사실관계까지 호도하며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보험업계는 일부 카드사가 삼성화재에 카드수수료율을 현행 2%에서 35% 인상한 2.7%로 통보했다며 반발했지만, 금융위 확인 결과 이 수수료율은 보험료 납입과 무관한 삼성화재 연수원에 있는 한 식당에 적용될 수수료였다. 대형가맹점의 횡포도 여전하다. 한 거대 통신사는 카드사가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자 아예 카드납부 계약해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쪽의 줄다리기가 팽팽해지면서 갈수록 소비자만 봉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작 금융당국은 이를 차단할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경우 경쟁이 치열하고, 통신사 역시 계좌이체 등 다른 결제수단이 있는 만큼 쉽게 소비자에게 수수료 인상분을 전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원가 파악이 어려워 모니터가 불가능한데다 시장가격은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안진걸 참여연대 팀장은 “그동안 대형가맹점은 적정비용보다 낮은 수수료로 편익을 누려왔고, 신용카드사 역시 높은 중소가맹점 수수료를 통해 대규모 흑자를 얻었다. 따라서 이들이 소비자에게 인상분을 떠넘기는 손쉬운 선택보다 비용절감 등의 노력을 먼저 기울이도록 정책당국이 개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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