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 근무하는 강성우씨가 지난여름 광양에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찾아 병원으로 모시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강성우씨 제공
싫기만 했던 주말 반납 봉사
작은 힘 보태면서 보람 느껴
재가노인 돕고 아이들 가르치고
틈나는 대로 봉사현장으로
“봉사는 자신과 회사를 위한 길”
작은 힘 보태면서 보람 느껴
재가노인 돕고 아이들 가르치고
틈나는 대로 봉사현장으로
“봉사는 자신과 회사를 위한 길”
*봉달이 : 봉사의 달인
대기업에 근무하는 한아무개(32)씨는 회사에서 봉사활동을 나가라고 할 때마다 짜증이 났다. 한씨는 “가서 일은 일대로 하는데, 위에선 놀러 보낸다는 생각이 강하다. 주말에 걸리면 휴일근무로 쳐주지도 않으니 내 시간만 쓰고 올 뿐”이라고 했다. 그는 다른 회사처럼 연탄 나르기는 안 해서 천만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사장님이야 와서 사진만 찍고 가지만, 남은 직원들은 옷이 망가지고 연탄 먼지를 마시는 등 고역을 치른다.”
연말, 기업의 자원봉사 시즌이 왔다. 기업은 그동안의 사회공헌 활동을 홍보하고 개인은 뜻깊은 일로 해를 마무리짓는다는 좋은 의미로 기획됐지만, 자원봉사에 관심이 없는 직장인에겐 또 하나의 ‘겉치레 행사’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회사에서 시작한 봉사활동으로 삶이 바뀌고 기쁨을 누리는 직장인도 분명 있다. 이들은 “내가 주는 게 아니라 내게도 도움이 되는 활동”이라고 했다.
■ 끌려다니다 보람에 눈떠 지난 20일 11시께 만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일하는 강성우(55)씨는 “오늘만 벌써 3번째 봉사활동을 가는 길”이라고 했다. 강씨는 아침 7시 반에 교차로에서 등굣길 교통안전 봉사를 하고, 장애인복지관에 들러 장애인 가정에 전달할 빵을 받았다. “아침에 좀 늦어서 빵 배달은 밤에 합니다. 지금은 요양병원 가는 길입니다.”
별명이 ‘봉달이’인 그는 회사나 주변에서 인정한 ‘봉사의 달인’이다. 장애인 활동보조 봉사, 재가노인 돕기 등 그가 올해 10월까지 쓴 봉사시간만도 2800시간이 넘는다. 4조2교대인 포스코 제철소 작업 특성상 교대주기 8일 동안 4일을 쉬는데, 그는 쉬는 나흘뿐만 아니라 주야간 근무 하는 날까지도 모두 봉사활동을 한다고 했다. “4조2교대로 바뀌어 개인시간이 많이 생기니 봉사활동을 할 시간도 많이 생겼죠.”
강씨도 처음부터 봉사활동에 열심이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처음엔 회사에서 하라니 마지못해서 했죠. 강제적으로 끌려다니다시피 했어요.” 그가 변하게 된 것은 2007년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건 때였다. “회사에서 5일 동안 봉사활동을 가는데, 4일 연속 원하지 않는데 갔다. 그런데 거기서 ‘아, 내 작은 힘이 보탬이 되는구나’ 느꼈다.” 그 후 그의 삶은 봉사활동을 위주로 굴러갔다.
“이번 연말도 바쁩니다. 김장김치 담그는 봉사도 여러 군데고, 몰래 산타도 해야 해요.” 그는 바빠도 봉사활동이 “평범한 직장생활의 활력소”라고 웃었다.
■ 신입사원에 적극 추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산업기술연구소의 박중구(37) 연구원도 봉사활동을 통해 직장 분위기가 더 부드러워졌다고 말한다. 그가 총무를 맡고 있는 봉사모임은 거제시 둔덕중학교 등 학교 3곳에서 방과후에 학생들을 가르친다. 박씨는 “신입이 들어와서 함께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동료하고 빨리 친해지고, 다양한 부서의 사람들과 공통의 화제도 생긴다”고 말했다.
그의 봉사활동 시작도 회사였다. “우연히 거제도에 있는 학생들의 꿈이 용접기능공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제가 지역에 봉사할 일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학생들에게 좀더 넓은 세상에 대한 자극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죠.” 의기투합한 연구소 직원 등 20명은 2006년부터 7년째 매주 월~목요일에 거제 중학생들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삼성중공업 쪽은 방과후 학교를 꾸준히 한 결과 학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가 ‘꿈이 없다’에서 ‘연구원’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박씨는 “저도 처음에는 이것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도 풀리고 사고도 유연해진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봉사활동도 넓게 보면 자신과 회사를 위한 길이다. 봉사 역시 자기개발이며, 회사에도 무형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생산적인 활동”이라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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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구씨를 비롯한 삼성중공업 산업기술연구소 봉사단원들이 경남 거제시 둔덕면 둔덕중학교를 찾아 학생들에게 방과후 수업을 하고 있다. 박중구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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