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수요 적어 판매단가 떨어져
조선업 수주↓…구조조정 가능성
조선업 수주↓…구조조정 가능성
한국 경제의 기간산업으로 꼽히는 조선과 철강의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업계 선두권에 있는 기업들마저도 ‘불황’의 파고에 힘겨워하고 있다.
포스코는 23일 3분기 기업설명회에서 매출 8조9100억원, 영업이익 8190억원(단독 기준)의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지난 2분기에 견줘 22.5% 감소해 1분기 만에 다시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전년 동기(1조870억원)와 비교해도 24.7%가 줄었다. 포스코 쪽은 판매량이 전분기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제품 가격 하락 영향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세계 경기 회복 지연으로 철강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다. 제품 평균 판매단가가 떨어져 채산성이 좋지 않았다. 권해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철광석 등 투입원가는 2분기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부진 탈출의 빛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권 연구원은 “철강시장 전망이 불투명해 당분간 영업이익 1조원대를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4분기 역시 철강 수요 변화가 없어 포스코의 수익성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포스코는 신성장동력 등 사업 다각화 전략을 꺼내들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정준양 회장 취임 뒤 급격히 늘어난 계열사 가운데 올해 10여곳을 통폐합하는 작업에 들어가는 등 사업다각화는 정리중이다. 성진지오텍과 포스코플랜텍 등 계열사 합병 과정에서 본사 이전 등을 두고 지역갈등이 불거진 곳도 있다. 박기홍 포스코 부사장은 “(다각화) 노력을 한 지 2, 3년밖에 안 돼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신일본제철도 불황기에 사업다각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며 “오히려 주력이던 철강 부문 매출만 후퇴한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포스코는 불황으로 인해 올해 투자 규모를 8조9000억원에서 8조4000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철강산업뿐만 아니라 조선산업 역시 흔들리고 있다. 조선업 ‘맏형’ 현대중공업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한 게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현대중공업의 수주액은 올해 9월 기준 131억16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20억1800만달러)에 견줘 40%나 줄어든 상태다. 올 3분기 영업실적 전망치를 보면 매출은 13조8274억원으로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59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3%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수주실적이 좋지 않고, 직원들이 고령화되면서 군살빼기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라크슨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세계 수주잔량은 지난해 말에 견줘 23.6%가 감소했다. 국내 빅3의 수주잔량도 20% 이상 줄어 일감이 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업은 2008년 금융위기 뒤 세계적으로 중소 조선소가 대거 퇴출된 1차 구조조정에 이어 2차 구조조정도 점쳐진다. 성기종 케이디비(KDB)대우증권 파트장은 “국내 대형 3사 역시 해양플랜트 수주를 통해 침체를 극복한다 하더라도 상선 수주잔고 보유분이 1년치 정도로 줄어드는 2013년엔 생계형 경쟁수주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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