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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포스코 “삶의질 개선·자기계발…직원·회사 한단계 올라섰다”

등록 2012-10-15 19:08수정 2012-10-15 21:36

포스코는 4조2교대 시행 이후 직장 분위기가 좋아지고 노사관계가 개선되면서 공장 안에서도 화초와 물고기를 기르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포항제철소 전기도금공장의 중앙운전실에서 교대 근무자들이 화초에 물을 주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는 4조2교대 시행 이후 직장 분위기가 좋아지고 노사관계가 개선되면서 공장 안에서도 화초와 물고기를 기르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포항제철소 전기도금공장의 중앙운전실에서 교대 근무자들이 화초에 물을 주고 있다. 포스코 제공
4조2교대 시행 1년 효과는
#1. “포스코의 품질 수준이 어떻게 단기간에 이렇게 높아졌습니까?” 일본 철강산업의 상징인 신일본제철은 4조2교대 도입 이후 달라진 포스코의 모습에 깜짝 놀라 지난해 말 문의를 해왔다. 포항제철소의 불량률(품질부적합률)은 2010년 3.07%였으나 지난해 2.33%로 개선됐다.

#2. “4조2교대 전환은 포스코 43년 역사에서 직원들에게 가장 좋은 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조봉래 포스코 포항제철소장(부사장)은 지난 11일 <한겨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전기도금공장에서 일하는 정병원씨도 “하루 12시간 연속 근무를 걱정하던 직원들도 다시 예전의 4조3교대로 돌아가길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글로벌 5위 철강사인 포스코가 오는 17일 근무형태를 4조3교대제에서 4조2교대제로 본격 전환한 지 1년을 맞는다. 4조2교대는 2개조가 12시간씩 일하고 나머지 2개조는 휴무를 하는 근무방식이다. 4조3교대(3개조가 8시간씩 교대근무하고 나머지 1조는 휴무)에 비해 연간 휴무일이 103일에서 190일로 두배 가까이 늘면서,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학습을 통한 지식노동자 양성, 이를 바탕으로 한 회사 경쟁력 강화와 노사관계 개선, 나아가 일자리 창출을 통한 국가적 순기능 등 ‘1석5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포항제철소 전기도금공장의 남명우 파트장은 “처음에는 휴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애를 먹었는데, 지금은 취미활동은 물론 가족여행, 자기계발이 습관화됐다”며 웃었다. 제3제강공장에서 일하는 김재명씨도 “대다수가 운동·음악 등 2~3개씩 취미활동을 한다”고 말한다. 광양제철소의 이성택 제선부 주임은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사람과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단체 해외여행도 흔한 일이 됐다. 광양제철소 박종일 리더는 “주간근무만 하는 상주근무자들도 교대근무 전환을 희망해 인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털어놨다.

음주·회식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포항제철소 제2제강공장의 박종언씨는 “음주횟수가 주 3회에서 1회 정도로 줄고, 그것도 대개 1차로 끝난다”며 “회사 회식 장소가 술집에서 피자·파스타집이나 맥줏집으로 바뀌고, 회식을 빨리 마친 뒤 직원들이 함께 심야영화를 보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위한 학습문화도 많이 변했다. 박종언씨는 “직원들이 휴무 날 스스로 자기계발을 위해 회사 인재개발원을 찾고 있다”며 “영어·중국어 등 어학능력 습득은 물론 산업안전·기계정비 등의 자격증 취득 등 다양한 학습이 이뤄진다”고 말한다. 회사에서도 휴무일 중에서 월 1회씩 유급교육일(8시간)을 지정해 다양한 직무·교양교육을 시행한다. 이에 따라 직원들의 지식생산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직원 특허출원 건수는 공장별로 4조2교대제를 시범실시하기 이전인 2009년 62건에서 지난해 234건으로 늘었다.

12시간씩 4일 일한뒤 4일간 휴식
가족과 시간 늘고 취미활동 활발
주간 근무자들도 교대 전환 희망

자기계발 위한 학습문화 큰 변화
특허출원 2009년 62건→작년 234건
불량률 2%대로…생산량은 32%↑
직원 6.3% 늘어 고용창출 역할도

4조2교대제는 회사 경쟁력도 높이고 있다. 포항제철소 제2제강공장의 박재병 부공장장은 “직원과 회사의 수준이 모두 한 단계 올라선 것 같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1인당 조강생산량은 2009년의 1052t에서 올 상반기에는 1387t으로 31.8% 증가했다. 포항제철소의 경우 2010년까지만 해도 연간 원가절감액이 2000억~3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9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조봉래 포항제철소장은 “직원들에게 여유가 생기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니까 업무 집중력이 높아졌다”며 “직원들의 자기계발로 업무역량이 향상되고, 노사관계가 좋아지면서 자연히 품질과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4조2교대 전환은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진다. 포스코의 올해 6월말 현재 인원은 1만7550명으로 공장별 시범운영에 들어가기 직전인 2009년 말의 1만6516명에 비해 1034명(6.3%) 증가했다.

지난 10여년간 4조2교대제 전환과 학습강화를 통해 노사가 상생하는 ‘뉴패러다임’ 혁신모델을 도입한 국내 기업은 300여개에 달하지만, 포스코 같은 대기업은 없었다. 하지만 포스코 사례를 계기로 국내외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포스코는 “삼성, 호남석유, 인천국제공항 등 국내외 10여개 기업에서 벤치마킹을 했다”고 소개했다. 성균관대 인재개발센터의 이영호 박사는 “4조2교대제 성공과 확산을 위해서는 노사 신뢰, 철저한 준비 등이 필요하다”며 “노사 상생과 일자리 확충 등 4조2교대제의 순기능은 화두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포항 광양/곽정수 선임기자, 이완 기자 jskwak@hani.co.kr


외주협력사들은 37%만 전환
야근수당 등 억대비용 부담

전환뒤 경영 어려워진 곳도
포스코 용역단가 인상 필요

같은 울타리 내에 있어도 4조2교대제는 포스코 외주협력사 노동자에게는 ‘다른 집’ 이야기다.

올 8월 현재 교대근무를 하는 포스코 외주협력사 43곳 가운데 4조2교대제를 도입한 회사는 16곳뿐이다. 외주협력사는 영세한데다가, 보통 3조3교대제를 하는 곳이 많아 1개조를 더 늘리는데 드는 인건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4조3교대제를 실시하는 회사 역시 2교대제 전환때 야근수당이나 작업환경 개선 비용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포스코는 계열사나 외주협력사가 4조2교대제로 전환하는데 지원을 하지 않는다.

한 외주협력사 직원은 “포스코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는 형편상 4조2교대제 전환에 따른 비용증가가 반영되지 않으면 사실상 자체 여력으로 전환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수처리 작업을 맡고 있는 외주협력업체 드림피아는 4조2교대제로 전환한 뒤 경영사정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원청업체인 포스코가 주는 돈은 같지만, 비용이 1년에 2억~3억원 가량 추가된다는 것이다. 배부영 드림피아 근로자대표는 “우리는 그나마 오너가 투명경영을 하고 가져가는 몫을 줄여 도입할 수 있었지만, 다른 회사들은 이런 생각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드림피아 직원은 교대제 전환 뒤 수당 등은 조금 늘었지만 상여금이 사라졌다.

또다른 외주협력사 직원 역시 “계열사인 포스코엠텍의 경우 사업 다각화와 직원들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매출도 늘고 성과도 나오지만, 영세한 외주협력사들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했다. 포스코의 경우 교대제 전환 뒤 생산성 증가 뿐만 아니라 임금이 늘어나는 효과까지 있었지만, 납품 용역단가에 의존하는 외주협력사에선 이를 확인하기 힘들다. 임금 뿐만 아니라 휴가 사용 등 복지는 4조2교대제에 들어간 포스코와 전환하지 않는 외주협력사와 격차는 더 벌어진 셈이다.

해결 방법은 원청업체의 지원이다. 실제로 페로니켈을 생산하는 포스코 계열사인 광양의 에스앤앤시(SNNC)는 이 방법을 따랐다. 회사가 올해 4조2교대제로 전환하면서 외주사 역시 3조3교대제에서 4조3교대제로 바꾸도록 지원한 것이다. 원청인 에스앤앤시가 인건비를 더 주고, 외주협력사 역시 자체 비용절감을 통해 비용증가를 10% 이내로 묶었다. 이규동 공장장은 “교대제 전환 뒤 외주협력사의 이직률이 떨어져, 원청 역시 생산성 향상 효과를 봤다”고 했다. 원청의 지원과 외주협력사의 노력 등을 통해 ‘동반성장’의 길을 잡은 것이다.

광양, 포항/이완 기자, 곽정수 선임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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