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순익 합계 37조 추정…작년 44%서 더 올라 쏠림 심화
내수·중국수출 기업은 부진…“3곳 휘청땐 국가경제 흔들”
내수·중국수출 기업은 부진…“3곳 휘청땐 국가경제 흔들”
지난 5일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 8조1000억원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한해 순이익은 23조~24조원에 이를 것으로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전망하고 있다. 700개가 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올해 총 순이익 전망치는 99조원 안팎이다. 한 회사의 순이익이 30%에 육박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경제의 쏠림현상, 경제주체들 사이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과 가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벌어진 데 이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대기업 안에서도 차별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일부 글로벌 수출기업과 나머지 대기업, 특히 내수기업들 사이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자료를 보면 시가총액 기준 상위 30대 기업의 올해 총 순이익 추정치는 67조5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22조7000억원)·현대차(9조6000억원)·기아차(4조5000억원) 3개 기업의 순이익 추정치가 36조8000억원으로 전체의 55%를 차지한다. 또한 에프앤가이드가 합산한 전체 상장사 이익 추정치(12월 결산법인 중 증권사 3곳 이상 전망치가 있는 곳만 합산) 97조8000억원의 38%에 이른다.
이런 쏠림현상은 지난해보다 더 심해진 것이다. 지난해 30대 기업의 전체 순이익은 57조3000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이들 3개 기업은 삼성전자 13조7000억원, 현대차 8조1000억원, 기아차 3조5000억원으로 약 44%(25조3000억원)를 차지했다. 3개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만 놓고 보면 순이익이 지난해 32조원에서 올해 30조8000억원으로 감소한 것이다. 30개 기업 가운데 14개 기업은 이익이 전년보다 줄어들었다.
김학균 케이디비(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런 현상의 원인에 대해 “우리 기업들을 크게 세가지 범주로 나눠보면 글로벌 수출기업, 중국 관련 기업들, 내수기업들로 나눌 수 있다”며 “글로벌 수출기업인 이 세 기업의 실적은 크게 좋아진 반면 나머지 내수기업과 중국 관련 기업들은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열풍, 현대·기아차는 도요타 등 경쟁사의 추락 등이 호재로 작용했고, 양쪽 모두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고환율 덕을 보았다”며 “금융위기 이후 ‘레벨업’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철강, 화학 등 중국 관련 기업들은 2010년 정점을 찍은 뒤 중국 경기 부진과 함께 침체기를 지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내수기업들이다. 내수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실적이 나빠져 올해 이익 규모가 2007년과 비슷할 정도라고 김 연구원은 설명했다.
경제의 쏠림현상이 심해지면 자칫 이들 소수기업이 글로벌 환경 변화 등으로 타격을 받을 경우 전체 경제와 금융시장이 같이 흔들리게 될 위험성이 있다. 또한 이런 현상 자체가 이들 기업들의 이익이 고용 증대와 중소기업의 성장, 내수 진작 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한국 경제는 내수 부분의 활력이 점점 떨어지는데다, 이들 소수를 제외한 수출 부분도 주저앉으면서 ‘저성장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외환위기를 겪은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5년 평균 5%였던 우리나라 성장률은 참여정부 4.3%를 거쳐 이명박 정부 4년간 3.1%에 그치는 등 점차 수위를 낮추고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한국 경제는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두 기업이 ‘착시효과’를 일으키고 있는데, 이들을 제외하고 나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며 “고용 증대, 중소기업 활성화 등을 통해 각 경제 부문을 균형발전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날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하향조정한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국들에 복지 확대를 통해 내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