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충승(74) 전 현대중공업 사장(한국해양대 석좌교수)
안충승 전 현대중 사장 ‘쓴소리’
현대중 해양플랜트 부문 ‘산파’
퇴직뒤 중소기업 컨소시엄 이끌고
친환경 해양플랜트 정부사업 도전
가산점 18점에도 대기업에 고배 “기술 있어도 정부는 중기 외면
대기업은 참여 업체에 압력도” “대기업 사장 할 때는 이렇게 차별이 심한지를 몰랐다. 내가 막상 중소기업 사장이 되어보니까, 아, 정말 경제민주화가 유일한 희망이구나를 절실히 깨달았다.” 안충승(74·사진) 전 현대중공업 사장(한국해양대 석좌교수)은 지난해 지식경제부에서 주관한 ‘심해자원 생산용 친환경 해양플랜트’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앞으로 6년간 800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해서 심해 해양플랜트 기술을 개발해 미래 먹거리로 삼는다는 계획이었다. 안충승 전 사장은 중소기업과 한국해양대 등 39개 기업과 연구소를 이끌고 참여했지만, 지난 6월 고배를 마셨다. 승자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조선 ‘빅3’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 컨소시엄이었다. “우린 들러리였을 뿐이다. 공정한 경쟁이라고 했는데 우리 보고서를 제대로 읽어봤는지 모르겠다.” 지난 25일 경기도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 내 해양플랜트 회사 오피티에스(OPTS)에서 만난 안 전 사장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평가받기 전부터 대기업 쪽에서 우리를 많이 흔들었다. 한번은 컨소시엄 참여 기업 대표한테 전화가 와서 자신이 대기업 하청을 하며 먹고사는 입장이라 눈치가 보인다며 빠지겠다고 하더라.” 그는 공모에 뛰어들기 전엔 이런 상황을 겪을 줄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또 보고서 발표를 이틀 앞두고 컨소시엄 주관사로 있는 업체에서 갑자기 전화가 오더니 도저히 할 수 없겠다고 하더라. 거기도 대기업 압력 탓에 버틸 수 없었던 거라 본다.” 중소기업 컨소시엄은 중소기업 참여도와 매칭펀드 등 가산점을 18점 받았지만, 결국 대기업 컨소시엄에 뒤졌다. “하지만 내가 낸 보고서가 정답이다”라며 안 전 사장은 결과에 수긍하지 않았다. 그는 “기술력을 갖춘 외국 해양기자재 회사 8곳과 협력을 맺는 양해각서도 맺었다”며, 중소기업도 기술력을 쌓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오히려 현대나 대우가 기술력을 쌓기 힘들다. 외국 회사들이 ‘호랑이’를 키울 수 있다고 견제하기 때문이다.” 바닷속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는 해양플랜트는 수십억달러가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 가운데 기자재 분야는 해양플랜트 선가의 35~55%를 차지한다. 하지만 현재 해양 기자재의 국산화율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오피티에스 쪽은 수출산업으로 꼽히는 조선업에서도 매년 국외 업체에 나가는 돈이 10억달러는 될 것이라고 했다. 안 전 사장은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없다면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해양플랜트도 허울뿐이라고 했다. “내가 사장까지 해봤으니 너무나 잘 안다. 대기업이라면 잘할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내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아니까.” 그는 ‘오너’에게 매출 실적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현실 때문에 대기업은 장기 투자 대신 수주경쟁에 이로운 외국 업체의 기자재만 이용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대기업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낸 안 전 사장은 한국 해양플랜트 기술의 역사와 같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해양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78년 정주영 회장의 제안을 받아 현대에 입사했다. 이후 현대중공업에 처음으로 해양플랜트 사업부를 만들었고, 2003년엔 현대중공업 해양 총괄 사장까지 했다.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면 감히 정부와 대기업을 상대로 이런 얘기를 할 수 있겠는가. 아마 다른 중소기업은 말도 못 꺼낼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경제민주화는 어림없다.” 그의 꿈은 다국적기업들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심해 해양플랜트에서 한국이 기술력을 통해 에너지를 확보하는 길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차별을 바로잡고, 대기업만 할 수 있다는 정부의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이대로 두면 해양플랜트는 대기업만의 ‘블루오션’일 뿐이다. 전문 중소기업이 없으면 결국 대기업도 위협을 받는다. 요즘 중국 업체들이 미국의 기자재 업체 등을 사들이고 있다고 한다. 언제 뒤집힐지 모른다.” 성남/이완 기자 wan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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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참여 업체에 압력도” “대기업 사장 할 때는 이렇게 차별이 심한지를 몰랐다. 내가 막상 중소기업 사장이 되어보니까, 아, 정말 경제민주화가 유일한 희망이구나를 절실히 깨달았다.” 안충승(74·사진) 전 현대중공업 사장(한국해양대 석좌교수)은 지난해 지식경제부에서 주관한 ‘심해자원 생산용 친환경 해양플랜트’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앞으로 6년간 800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해서 심해 해양플랜트 기술을 개발해 미래 먹거리로 삼는다는 계획이었다. 안충승 전 사장은 중소기업과 한국해양대 등 39개 기업과 연구소를 이끌고 참여했지만, 지난 6월 고배를 마셨다. 승자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조선 ‘빅3’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 컨소시엄이었다. “우린 들러리였을 뿐이다. 공정한 경쟁이라고 했는데 우리 보고서를 제대로 읽어봤는지 모르겠다.” 지난 25일 경기도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 내 해양플랜트 회사 오피티에스(OPTS)에서 만난 안 전 사장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평가받기 전부터 대기업 쪽에서 우리를 많이 흔들었다. 한번은 컨소시엄 참여 기업 대표한테 전화가 와서 자신이 대기업 하청을 하며 먹고사는 입장이라 눈치가 보인다며 빠지겠다고 하더라.” 그는 공모에 뛰어들기 전엔 이런 상황을 겪을 줄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또 보고서 발표를 이틀 앞두고 컨소시엄 주관사로 있는 업체에서 갑자기 전화가 오더니 도저히 할 수 없겠다고 하더라. 거기도 대기업 압력 탓에 버틸 수 없었던 거라 본다.” 중소기업 컨소시엄은 중소기업 참여도와 매칭펀드 등 가산점을 18점 받았지만, 결국 대기업 컨소시엄에 뒤졌다. “하지만 내가 낸 보고서가 정답이다”라며 안 전 사장은 결과에 수긍하지 않았다. 그는 “기술력을 갖춘 외국 해양기자재 회사 8곳과 협력을 맺는 양해각서도 맺었다”며, 중소기업도 기술력을 쌓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오히려 현대나 대우가 기술력을 쌓기 힘들다. 외국 회사들이 ‘호랑이’를 키울 수 있다고 견제하기 때문이다.” 바닷속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는 해양플랜트는 수십억달러가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 가운데 기자재 분야는 해양플랜트 선가의 35~55%를 차지한다. 하지만 현재 해양 기자재의 국산화율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오피티에스 쪽은 수출산업으로 꼽히는 조선업에서도 매년 국외 업체에 나가는 돈이 10억달러는 될 것이라고 했다. 안 전 사장은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없다면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해양플랜트도 허울뿐이라고 했다. “내가 사장까지 해봤으니 너무나 잘 안다. 대기업이라면 잘할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내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아니까.” 그는 ‘오너’에게 매출 실적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현실 때문에 대기업은 장기 투자 대신 수주경쟁에 이로운 외국 업체의 기자재만 이용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대기업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낸 안 전 사장은 한국 해양플랜트 기술의 역사와 같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해양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78년 정주영 회장의 제안을 받아 현대에 입사했다. 이후 현대중공업에 처음으로 해양플랜트 사업부를 만들었고, 2003년엔 현대중공업 해양 총괄 사장까지 했다.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면 감히 정부와 대기업을 상대로 이런 얘기를 할 수 있겠는가. 아마 다른 중소기업은 말도 못 꺼낼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경제민주화는 어림없다.” 그의 꿈은 다국적기업들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심해 해양플랜트에서 한국이 기술력을 통해 에너지를 확보하는 길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차별을 바로잡고, 대기업만 할 수 있다는 정부의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이대로 두면 해양플랜트는 대기업만의 ‘블루오션’일 뿐이다. 전문 중소기업이 없으면 결국 대기업도 위협을 받는다. 요즘 중국 업체들이 미국의 기자재 업체 등을 사들이고 있다고 한다. 언제 뒤집힐지 모른다.” 성남/이완 기자 wan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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