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의류 제조공장에서 지난 19일 직원들이 남성 재킷을 만들고 있다. 공장 천장에 출고되지 못한 제품들이 걸려있다. 권오성 기자
올해 재고증가율 30% 넘어
재고 헐값 처분 임시매장 성행
서울에만 한구에 5~10개 추정
판매업계 “‘떴다방’이 시장 교란”
재고 헐값 처분 임시매장 성행
서울에만 한구에 5~10개 추정
판매업계 “‘떴다방’이 시장 교란”
지난 19일 찾은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영세 의류제조 업체. 미싱 박음질 소리가 요란한 가운데 10여명의 직원들은 고개를 묻고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지만 신아무개(60) 대표의 한숨은 깊었다. “예전에는 한달에 4000~5000장도 나갔는데 요즘엔 1000장 수준입니다.” 공장에는 출고되지 못한 남성용 재킷들이 천장과 통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거래하는 매장에서 물건이 안 나가니 제품이 쌓이는 거죠.”
최근 장기화된 불황으로 국내 의류 제조·유통 생태계가 ‘동맥경화’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부동산시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떴다방’식의 기형적인 판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지난 11일 낸 ‘섬유패션산업 동향’을 보면 올 1·2분기 재고 증가율은 모두 지난해 동기 대비 30%를 넘어섰다. 반면 생산은 1·2분기 각각 -0.4%, -4.6% 감소하는 데 그쳤다. 판매부진의 심화로 매출은 줄면서 생산은 이어져 옷이 쌓이고 있는 셈이다.
이 와중에 의류 재고를 헐값에 넘겨받아 임시 매장을 열어 팔아치우고 사라지는 업체들이 성행하고 있다. 모델하우스 등에 임시 시설물을 두고 분양권 불법거래 등을 일삼는 부동산시장의 ‘떴다방’과 같은 모양새다. 신당동 지역에서 의류 제조·판매업을 하는 ‘○○상사’의 조아무개(55) 대표는 “창고 등에 쌓인 의류 재고를 감당하지 못하는 업자에게 접근해 수만장 단위로 헐값에 넘겨받아 시장 근처나 목 좋은 거리에서 1~2주일 사이에 싼값에 팔고 사라지는 이들을 ‘떴다방’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국세청에 등록한 사업자가 아닌 이들은 이른바 ‘깔세’라고 불리는 웃돈을 얹은 임대료를 건물주에게 주고 ‘창고 대방출’ 등의 임시 간판만 걸고 영업하고 있다.
단기간에 영업을 하고 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를 알긴 힘들다. ‘한국의류판매업협동조합연합회’의 이경섭 전무는 “전통시장 주변을 중심으로 서울에만 한 구에 5~10개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대전·부산 등 전국에서 회원사들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또 “막상 가보면 ‘곧 정식으로 영업할 것’이라고 발뺌하다 종적을 감추기 때문에 꼬리를 잡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식 의류판매업체들은 이들이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 대표는 “재고를 헐값에 파는 ‘떴다방’은 주변 소매점의 매출을 떨어뜨리고 그만큼 다시 재고는 늘어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며 “그만큼 판매가 막히면 제조업체들에까지 피해가 가는 셈”이라고 했다.
변화된 의류산업의 동향도 국내 제조업 몰락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1980년대에는 히트상품 하나 만들면 2~3년은 잘 팔았습니다. 그 정도 기간이면 작업자 숙련도도 올라가서 경제성이 있었는데 1990년 ‘신세대’ 등장 이후 유행이 짧아져 지금은 두세달도 못 갑니다.”(신당동 의류제조업체 신 대표) 신 대표는 또 “설사 잘된다 해도 이 일을 하러 오는 젊은 사람들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신당동을 관할하는 중구청에서 파악하고 있는 직원 10명 이상의 관내 의류제조 사업장은 2005년 137개에서 점차 줄어 지난해 71개까지 떨어졌다. 이 지역뿐 아니라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구 장안동 등 수천개로 추산되는 영세 사업장의 하락 추세 역시 비슷하다고 업계에선 추산한다. 신 대표는 “어려운 때일수록 협력해야 되는데 영세한 업체의 사장들끼리는 오히려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요즘은 지역에 협동조합을 꾸려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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