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숙 LG전자 상무
“내세울 수 있는 성과 만들고
노하우 들을 남자 멘토를 두라” “아직도 여성 임원이 이슈가 되나요.” 조은숙(47) 엘지(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연구소 상무는 오히려 되물었다. 6년 전 임원이 된 그는 2006년 당시에도 화제가 돼 기사가 났다. 하지만 6년 뒤 ‘유리천장을 깬’ 여성 임원을 찾다 보니 조 상무가 다시 나왔다. “불행히도 여성 임원이 늘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선구자처럼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달려왔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막상 여자 후배는 많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꽤 많은 여성 직원들이 들어왔지만, 임원 자리에 오를 만한 여성이 남아 있지 않은 거죠.” 실제로 한국 기업에선 조 상무 같은 여성 임원을 찾기 힘들다. ‘기업의 별’인 임원 가운데 일부 분야에선 여성이 등장했지만, 철강·중공업·건설 등에선 여성 임원은 여전히 거의 없다. 다른 아시아권 국가와 비교해도 여성 임원 비율은 월등히 낮다. 다국적 컨설팅업체인 매킨지가 올해 낸 ‘고위직 여성비율 확대의 중요성:아시아의 시각’ 보고서를 보면, 한국 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은 1%밖에 되지 않고, 여성 임원 비율도 2%(아시아 평균 8%)에 그친다. 국내 헤드헌팅 업체인 커리어케어의 김경화 수석 컨설턴트의 분석도 비슷하다. 김 컨설턴트는 “과거보다 줄긴 했지만, 영업이나 기술 분야 또는 일부 기업에선 여전히 남성에 대한 선호도가 크다”고 말한다.
“자신이 행복한 일을 하라
육아는 남편과 협업 필수” 남자 임원들의 대표적 영역인 건설업계의 유일무이한 여성임원인 홍윤희(51) 에스케이(SK)건설 환경사업추진실장도 이런 그릇된 인식 탓에 좌절할 뻔했다. “2000년대 초반에 임원들하고 저녁을 먹는데, ‘홍윤희 너 안됐다. 남자면 임원감인데’ 이런 얘기를 듣기도 했죠.” 하지만 홍 상무는 자신을 뽑았던 연구소장이 당시 “네가 그만두면 여자를 못 뽑는다”는 말이 생각나 버텼다고 한다. 그렇다면 “견디고 버텨서 왔다”는 홍윤희 상무와 조은숙 상무가 2%도 안 되는 ‘여성 임원실’ 문을 연 비법은 뭘까. 조 상무는 세가지를 들었다. “첫번째로 직장인이라면 먼저 내가 어떤 일을 했다는 성과를 말할 수 있어야 해요.” 두번째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10년을 견뎌내야 한다고 했다. “기업이 임원을 시키고 싶어도 그럴 만한 경험을 쌓은 여성을 찾기 힘들죠.” 마지막으로 조 상무는 남자 멘토를 만들라고 했다. “남성 위주로 굴러가는 사회 현실도 그렇고, 윗사람들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는지 노하우나 정보를 들으려면 남자 멘토가 반드시 있어야 해요.” 홍 상무는 “자신이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우선 “여자라고 해서 특별나거나, 임원만이 성공한 사람은 아니다”고 단서를 달았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할 땐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승진하는 시대였죠.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어떻게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하는데, 취업이나 다른 목적 때문에 일을 찾았다면 쉽지 않은 일이죠.”
여성 직장인들의 가장 큰 고민인 육아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두 여성 임원은 이구동성으로 남편과 협업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번한 야근과 출장 속에서 애를 키워낸 홍 상무는 “친척의 도움 없이” 육아일지를 만들어 일을 분담했다고 한다.
개인적인 노력과 달리 사회적으로 여성 임원의 비율을 강제하는 방안에 대해선 의견이 달랐다. 조 상무는 “유리천장이 너무나 두꺼운 게 사실”이라며 “이런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홍 상무는 신중한 의견을 냈다. 그는 “준비 안 된 여성 리더가 나가 인정받지 못하면 후배들한테 더 안 좋을 수 있다”고 했다. 대신 “차곡차곡 여성 인재가 올라올 수 있게 육아 문제 등 사회적인 지원이 더 커져야 한다”고 했다.
이 두 여성 임원의 공통점은 ‘여성 임원으로서의 사명감’이었다. “내가 잘하지 못해서 더이상 여성 임원이 늘어나지 않나” 하는 조바심까지 느꼈다고 한다. 기댄 것은 능력이었다. 남성 위주의 임원 사회를 뚫은 이들은 전통적인 인간관계 ‘네트워크의 힘’보다 ‘역량과 리더십’을 강조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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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하우 들을 남자 멘토를 두라” “아직도 여성 임원이 이슈가 되나요.” 조은숙(47) 엘지(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연구소 상무는 오히려 되물었다. 6년 전 임원이 된 그는 2006년 당시에도 화제가 돼 기사가 났다. 하지만 6년 뒤 ‘유리천장을 깬’ 여성 임원을 찾다 보니 조 상무가 다시 나왔다. “불행히도 여성 임원이 늘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선구자처럼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달려왔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막상 여자 후배는 많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꽤 많은 여성 직원들이 들어왔지만, 임원 자리에 오를 만한 여성이 남아 있지 않은 거죠.” 실제로 한국 기업에선 조 상무 같은 여성 임원을 찾기 힘들다. ‘기업의 별’인 임원 가운데 일부 분야에선 여성이 등장했지만, 철강·중공업·건설 등에선 여성 임원은 여전히 거의 없다. 다른 아시아권 국가와 비교해도 여성 임원 비율은 월등히 낮다. 다국적 컨설팅업체인 매킨지가 올해 낸 ‘고위직 여성비율 확대의 중요성:아시아의 시각’ 보고서를 보면, 한국 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은 1%밖에 되지 않고, 여성 임원 비율도 2%(아시아 평균 8%)에 그친다. 국내 헤드헌팅 업체인 커리어케어의 김경화 수석 컨설턴트의 분석도 비슷하다. 김 컨설턴트는 “과거보다 줄긴 했지만, 영업이나 기술 분야 또는 일부 기업에선 여전히 남성에 대한 선호도가 크다”고 말한다.
홍윤희 SK건설 상무
육아는 남편과 협업 필수” 남자 임원들의 대표적 영역인 건설업계의 유일무이한 여성임원인 홍윤희(51) 에스케이(SK)건설 환경사업추진실장도 이런 그릇된 인식 탓에 좌절할 뻔했다. “2000년대 초반에 임원들하고 저녁을 먹는데, ‘홍윤희 너 안됐다. 남자면 임원감인데’ 이런 얘기를 듣기도 했죠.” 하지만 홍 상무는 자신을 뽑았던 연구소장이 당시 “네가 그만두면 여자를 못 뽑는다”는 말이 생각나 버텼다고 한다. 그렇다면 “견디고 버텨서 왔다”는 홍윤희 상무와 조은숙 상무가 2%도 안 되는 ‘여성 임원실’ 문을 연 비법은 뭘까. 조 상무는 세가지를 들었다. “첫번째로 직장인이라면 먼저 내가 어떤 일을 했다는 성과를 말할 수 있어야 해요.” 두번째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10년을 견뎌내야 한다고 했다. “기업이 임원을 시키고 싶어도 그럴 만한 경험을 쌓은 여성을 찾기 힘들죠.” 마지막으로 조 상무는 남자 멘토를 만들라고 했다. “남성 위주로 굴러가는 사회 현실도 그렇고, 윗사람들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는지 노하우나 정보를 들으려면 남자 멘토가 반드시 있어야 해요.” 홍 상무는 “자신이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우선 “여자라고 해서 특별나거나, 임원만이 성공한 사람은 아니다”고 단서를 달았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할 땐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승진하는 시대였죠.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어떻게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하는데, 취업이나 다른 목적 때문에 일을 찾았다면 쉽지 않은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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