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용강동의 한살림 매장 문을 열자, 줄을 서서 기다리던 조합원 고객들이 바쁜 걸음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도시 소비자 줄서서 사는 생협
시중값 껑충 뛴 애호박·풋고추…
매장 문열자마자 30분만에 동나
소비자-생산자 파종전 값 결정
등락없이 1년내내 안정값 공급 가공식품·공급량 제한 개선 필요
매장수 적어 소비자 불편 지적도 10일 오전 10시 정각, 서울 마포구 용강동의 ‘한살림’ 매장. 가게 문을 열기가 무섭게 스무명 남짓 주부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신선채소와 과일 코너로 우르르 몰려가더니, 금세 시끌벅적 ‘현대판 시골장터’가 벌어졌다. “15분 전부터 가게 문 열기를 기다렸어요. 과일과 채소는 아침 일찍 동나거든요. 지금처럼 물가가 폭등해도 생협 가격은 오르지 않아요.”(마포구 현석동의 30대 주부 김아무개씨)
“여기 장보러 오면 행복해요. 두부와 과일 맛이 확실히 다르고, 모두 유기농이어서 믿을 수 있잖아요. 날마다 오고 싶어요.” 매장 근처에 산다는 김송희(55)씨는 신선채소에다 닭다리 순살, 김, 재첩국, 찹쌀가루까지 장바구니 가득히 먹거리를 담았다. “40분을 걸어(와서), 매장 문 열기를 기다렸다”는 70대 중반의 정아무개(마포구 도원동)씨는 “이만하면 며칠 푸짐하게 남편과 외손녀 먹일 수 있겠다”며 즐거운 웃음을 지었다. 정 할머니는 “맛이 좋고, 유기농인데도 값이 싸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정복희(55·마포구 공덕동)씨는 “집 가까이 이마트 매장이 있지만, 먹거리 살 때는 꼭 한살림을 찾는다”며 “이곳 유정란이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30㎡ 남짓한 작은 매장에서 오전 30분 동안에 올린 매출만도 무려 90만원. 매장 관리를 맡고 있는 이승희씨는 “요즘은 문 열고 30분 동안 1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며 “오늘은 조금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금처럼 폭염과 태풍으로 신선채소 물가가 폭등할 때면 가게 손님이 더 많이 늘어난다”며 “상추와 깻잎 가격이 2배 이상 뛸 때도 한살림 가격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실제로 애호박은 1개 1500원, 파프리카 350g에 3900원, 깻잎 30장에 800원, 무 800g 1개에 1400원으로, 한달 훨씬 전부터 매겨진 가격표가 때 묻은 채 그대로 붙어 있었다. 품목에 따라 2배 이상 시중 가격이 폭등하는 동안에도 ‘착한 생협 가격’은 꿈쩍도 하지 않고 제자리를 지켰다. 모두 유기농이지만, 지금은 시중 대형마트의 ‘화학 농산물’보다 가격이 훨씬 더 싸다. 근처 대형마트에서 애호박 1개 값은 3000원을 웃돌았다. 같은 규격의 농약 친 파프리카도 5000원대에 팔리고 있었다.
이날 한살림 매장에서는 애호박과 파프리카, 풋고추 그리고 사과와 포도가 큰 인기를 끌었다. 시중에서 값이 많이 뛴 품목들이다. 한살림 마포 매장의 김유정씨는 “인기 품목은 30분 안에 거의 동이 난다”며 “그럴 때면 1개씩만 나눠 가져가시라고 말씀드리고, 손님들은 그대로 잘 따라한다”고 말했다. 이날도 10시30분께 사과와 포도, 애호박, 쌈채소, 파프리카가 품절됐다. 상추는 워낙 물량이 달려 1주일째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태풍 이후의 고물가에 아랑곳하지 않은 생협의 착한 가격이 소비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온 나라가 추석절 물가 비상을 걱정하지만, 한살림을 비롯한 생협 조합원들은 걱정할 이유가 없다. 아침 일찍 매장을 찾으면 공급이 달리는 품목까지도 필요한 만큼 구할 수 있다. 한살림 말고도 집 근처의 아이쿱생협, 두레생협, 여성민우회생협 매장에서도 ‘착한 가격’을 만날 수 있다. 이들 4대 생협의 조합원만도 벌써 50만명에 이른다.
한살림의 이용건 농산팀장은 매장 가격이 오르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한살림에서는 이듬해의 가격을 10~12월 사이 파종하기 전에 생산자와 함께 모여 결정하고, 다음 1년 동안 그 가격을 지킨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에 생산농가에서는 지금 같은 폭등기에 애초의 낮은 약정가격대로 공급하고, 대신 폭락기에는 한살림에서 높은 약정가격대로 구매해 준다”고 설명했다.
생협 매장에서 더 좋은 물건을 더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이유는 또 있다. 3만원의 출자금을 낸 조합원들이 충성 고객집단을 형성하기 때문에 거액의 광고홍보비를 들일 필요가 없고 임대료 비싼 목 좋은 매장 자리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부족한 점도 없진 않다. 상대적으로 가공식품 등의 구색이 다양하지 못하고 신선 농산물도 때에 따라 공급이 제한적일 수 있다. 매장이 많아지고 있으나 지역에 따라선 품을 들여 찾아가야 한다는 불편함도 있을 수 있다. 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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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채소와 과일이 진열돼있는 매대 주위로 손님들이 북적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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