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턴W’ 타보니
5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 1%’를 내세운 쌍용차 렉스턴은 현대차 싼타페를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과거 시승기를 보면, 렉스턴은 고급 이미지를 앞세워 좀더 윗등급인 현대차 베라크루즈나 기아차 모하비 등과 자웅을 겨뤘다.
지난 6월 새로 출시된 렉스턴더블유(W·사진)는 그렇지 못하다. 최근 스포츠실용차(SUV) 구입을 고려하는 이들은 렉스턴더블유를 주로 싼타페 급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렉스턴의 엔진과 편의사양 등이 이젠 베라크루즈 급을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쌍용차가 2009년 자금난과 파업 등을 겪으면서 신차 개발이 지연된 탓도 있다.
그렇다고 렉스턴더블유 특유의 강점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쌍용차가 어려움 속에서도 2년6개월 동안 13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차다. 부분 변경 모델로서 디자인은 묵직하고 강인한 렉스턴만의 감성을 살렸고, 엔진은 국내 운전자들이 많이 쓰는 중·저속 영역에서의 힘을 강화했다. 1500~2800rpm에서 36.7㎏·m의 최대토크를 내고, 최대 출력은 155마력이다.
달리기 성능도 괜찮다. 주말에 서울 시내를 주로 달렸는데, 세명을 태우고도 쌍용차 설명처럼 힘있게 달렸다. 큰 덩치에 작아 보이는 2.0ℓ급 엔진이지만 힘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래도 최대출력과 토크에선 싼타페(184마력, 41.0㎏·m)에 밀려, 고속주행 때의 가속력은 조금 떨어진다. 4륜 구동 전환 기능도 있다. 눈길과 언덕길 등에서 힘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연비는 기존 렉스턴보다 20% 이상 향상된 ℓ당 13.7㎞다.
디젤 엔진의 스포츠실용차지만 시끄럽지 않고 편안했다. 처음 차를 받아 밀폐된 지하 주차장에서 시동을 걸었음에도, 엔진 소리가 크지 않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해 볼 정도였다. 이날 우연히 뒷좌석에 태운 선배의 아이는 빗소리 속에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다음날 싼타페를 쓰시는 부모님을 뒷좌석에 모셨는데 승차감에 만족해했다.
다른 차에선 찾아보기 힘든 강철 프레임 구조도 특징이다. 쌍용차는 비포장길에서 특히 강하며 안정성이 우수하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가족용 자동차로서 다른 무엇보다 안전을 우선시하는 운전자들이 특히 렉스턴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 트렁크는 넓어 짐을 실을 때 편하다. 다만 내부 인테리어와 편의장치는 높아진 운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엔 부족해 보였다. 가격은 2733만~3633만원.
렉스턴더블유는 올해 6월 출시돼 8월까지 2865대가 팔렸다. 월 1000대를 목표로 했던 판매량엔 조금 못 미친다. 2001년 처음 출시돼 한달 평균 4000대 정도가 팔렸던 1세대 렉스턴엔 크게 못 미친다. ‘대한민국 1%’의 프리미엄보다는 쌍용차만의 매력에 빠진 ‘충성심 강한 1%’가 든든한 지지세력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공장 사정상 생산량이 주문량을 따라가지 못한 탓”이라며 “현재 새 차를 받으려면 40여일 정도 걸릴 정도로 주문은 많다”고 설명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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