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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열린 경쟁 뚫고 사장되는 게
가족 경영권 승계 유일한 길”

등록 2012-08-07 18:45수정 2012-08-07 22:02

프랑크 슈탕겐베르크하버캄프 ‘머크가문 파트너위원회’ 회장
프랑크 슈탕겐베르크하버캄프 ‘머크가문 파트너위원회’ 회장
머크그룹 ‘344년 가족기업’ 비결
소유와 경영 철저히 분리한 뒤
가문이 감독과정에 일부 참여
투명 경영으로 연매출 13조원
“사욕보다 기업의 미래가 우선”
올해 창업 344년을 맞는 독일 기업 머크는 의약·화학 분야에서 세계 최장수 가족기업이다. 한국의 경우, 굴지의 재벌 그룹도 대부분 100년 미만의 역사를 갖고 있다.

지난 6일 한국을 찾은 프랑크 슈탕겐베르크하버캄프(사진) ‘머크가문 파트너위원회’ 회장은 7일 기자간담회 및 <한겨레>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개인의 사욕이 아닌 기업의 미래를 우선하는 가족 문화가 기업 장수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하버캄프 회장은 머크의 모회사인 이머크사(E.Merck KG) 회장직도 겸하고 있다.

하버캄프 회장은 “세계 1차대전을 겪고 난 1930년부터 가문의 사람만으로는 주변 위험에 적절하게 대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외부 경영인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며 “기업에 최선의 인재라면 출신이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머크그룹은 액정디스플레이와 신약 개발, 화장품 원료 등의 사업을 펼치는 다국적회사로, 세계 67개국에 걸쳐 직원 수가 4만여명에 이른다. 2010년 기준 그룹의 총 매출은 93억유로(약 13조원)로 한국 지사는 1989년 문을 열었다.

머크그룹은 가문의 사람이 그룹에서 일하는 것을 막지는 않지만 철저한 검증을 거치도록 한다. “18살이 되면 인턴 과정에 지원할 수 있지만 정식 채용은 드물다. 다른 직원들이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기업에서 경영자까지 올라 능력을 검증받은 뒤 머크에 영입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경영 능력에 관계없이 자녀에게 무조건 경영권을 물려주는 한국의 재벌들과 대비된다.

기업 소유·지배구조에서도 머크그룹은 국내 재벌들과 다르다. 오랜 역사를 통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독특한 구조를 구축했다. 머크그룹은 지분 70%를 가진 모회사 이머크가 소유하고 있다. 이머크는 가족을 대표하는 법인체로, 창업주 프리드리히 머크의 10~12대손 130명이 공동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논의를 통해 자신을 대표하는 파트너위원회(가문 인사 5명, 외부 인사 4명)를 선출하고, 파트너위원회는 그룹 경영을 관리·감독한다. 중요한 결정은 위원회의 전원 합의를 통해 이뤄진다.

그룹의 경영은 외부의 전문경영인이 맡는다. 현재 경영이사회 임원은 모두 가문 밖의 사람이다. 다만 전문경영인이 단기 이윤을 위한 근시안적 의사 결정을 하거나 혁신을 회피하는 일이 없도록 파트너위원회가 그룹 경영에 관한 보고를 받고 조언을 한다. 머크 가문 출신을 아내로 두고 있는 하버캄프 회장도 가문 사람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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