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담합 조사와 관련해 증권사에 이어 은행으로 조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주가 1800 선이 무너진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먹구름이 끼어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CD금리 짬짜미 조사 확대
은행권으로 번진 담합 의혹
은행권으로 번진 담합 의혹
공정거래위원회가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의 칼날을 증권사에 이어 은행으로 확대한 것은 예정된 수순이다. 시디금리는 은행들의 수익과 직결돼 있고 금리 결정에도 시중은행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증권사와 시중은행이 서로 물고 물리는 구조여서 담합이 은행들 내부 혹은 증권사 내부뿐만 아니라 은행과 증권사 공모 형태로 이뤄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공정위가 은행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시디금리를 실세금리보다 높게 가져갈수록 은행들이 이익을 얻게 돼 있는 구조라는 데 있다. 시디금리는 시중은행들의 주요한 단기자금 조달 창구이면서 동시에 가계와 기업대출의 기준금리다. 따라서 시디금리를 높게 유지할수록 은행들의 이자수입이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은행권 전체 대출 1061조원 가운데 시디금리 연동 대출 비중은 34.8%이고, 가계대출은 43.3%를 차지한다. 은행들로선 시디금리가 0.5%포인트 떨어지면 한해에 대략 1조8000억원 가까운 손실을 보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어느 한 은행이라도 시디 발행 금리를 낮추겠다고 나서면 은행권에서 ‘공공의 적’으로 비칠 텐데 어느 은행이 나서겠느냐”며 “공정위가 처음부터 증권사보다 은행을 타깃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갈수록 시디 발행량과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금리 결정에서 은행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도 석연찮은 부분이다. 은행으로서는 시디를 많이 발행할수록 금리가 낮아지게 돼 그에 연동된 대출이자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 공급을 줄여 금리가 떨어지는 걸 막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 처지에서는 금리를 높여 발행할 수는 없더라도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실제 월평균 시디 거래량은 2008년 18조7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해마다 감소해 올해는 2조원까지 줄었다. 시중은행들의 시디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지난 3월 말 현재 전체의 1.7%에 불과하다. 스탠다드차타드·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을 제외하고 대형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이후 사실상 시디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 몇몇 은행만 시디를 높거나 낮은 금리로 발행하면 시디금리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를 통해 실제로 은행들이 이익을 봤다면, 이는 사실상 고객들의 주머니를 턴 것이나 마찬가지다. 금융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등 후폭풍이 일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제재 시효(5년)와 상관없이 2008년 이전의 시디금리 결정 과정까지 조사 대상을 넓히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시디 발행 물량이 줄어들기 이전부터 담합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처음부터 은행이 타깃?
최근 CD 거래량 대폭 감소
금리결정에 은행 영향력 커져
공급 줄여 금리인하 막았나 은행·증권사 “억울”
“예금금리도 CD금리에 연동
수수료도 적어 담합 이유 없다” 금융소비자 피해 가능성
은행들 이익 본 만큼
대출자 이자 더 낸 셈 은행 쪽은 예금도 시디금리와 연동돼 있고, 은행마다 대출이나 예금 금리 구조가 달라 담합을 통해 얻을 유인동기가 없다고 반박한다. 시디 발행 규모를 줄인 건 예금·은행채 등으로 충분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다 금융당국이 2010년부터 은행의 예대율 규제를 바꿔 시디를 예금이 아닌 채권 판매로 간주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디 기준금리가 실제 거래된 금리가 아닌 예상되는 추정금리(호가)로 결정돼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없는 구조에 있다. 또 시디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증권사가 10개에 불과할 정도로 적다. 영국의 리보(Libor·런던 은행간 금리) 조작 파문도 이해당사자들이 금리를 결정하는 문제점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18일 조사 대상에 포함된 증권사 10곳 가운데 일부에선 공정위 조사에 반발해 시디금리 결정을 위한 유통수익률 보고를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시디 유통수익률 호가를 보고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정책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며 “시디 매매 중개만 하는 증권사로서는 호가 보고의 의무가 없는 만큼 이참에 아예 거부하자는 의견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서비스 차원에서 하는 업무로 금리 조작 의혹을 불러일으킬 바에는 아예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얘기다. 금융권에선 증권사 역시 시디금리에 연동된 다양한 파생상품을 통해 고금리가 유지될 경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은행과의 암묵적 합의로 짬짜미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기자, 박순빈 선임기자 miso@hani.co.kr
최근 CD 거래량 대폭 감소
금리결정에 은행 영향력 커져
공급 줄여 금리인하 막았나 은행·증권사 “억울”
“예금금리도 CD금리에 연동
수수료도 적어 담합 이유 없다” 금융소비자 피해 가능성
은행들 이익 본 만큼
대출자 이자 더 낸 셈 은행 쪽은 예금도 시디금리와 연동돼 있고, 은행마다 대출이나 예금 금리 구조가 달라 담합을 통해 얻을 유인동기가 없다고 반박한다. 시디 발행 규모를 줄인 건 예금·은행채 등으로 충분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다 금융당국이 2010년부터 은행의 예대율 규제를 바꿔 시디를 예금이 아닌 채권 판매로 간주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시디 기준금리가 실제 거래된 금리가 아닌 예상되는 추정금리(호가)로 결정돼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없는 구조에 있다. 또 시디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증권사가 10개에 불과할 정도로 적다. 영국의 리보(Libor·런던 은행간 금리) 조작 파문도 이해당사자들이 금리를 결정하는 문제점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18일 조사 대상에 포함된 증권사 10곳 가운데 일부에선 공정위 조사에 반발해 시디금리 결정을 위한 유통수익률 보고를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시디 유통수익률 호가를 보고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정책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며 “시디 매매 중개만 하는 증권사로서는 호가 보고의 의무가 없는 만큼 이참에 아예 거부하자는 의견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서비스 차원에서 하는 업무로 금리 조작 의혹을 불러일으킬 바에는 아예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얘기다. 금융권에선 증권사 역시 시디금리에 연동된 다양한 파생상품을 통해 고금리가 유지될 경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은행과의 암묵적 합의로 짬짜미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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