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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따로 하던 사회봉사활동 같이 하니 보람 세배

등록 2012-06-21 10:39

사회책임 경영
시민사회 공헌프로그램에
기업은 인력·자본 보태고
정부는 효율성 증진 정책
강점 살리며 약점 보완하는
상생모델로 사회공헌 ‘업글’


지난 9일 전남 담양에 있는 어린이 복지기관 ‘영재 지역아동센터’의 학생 33명은 신이 났다. 이 지역아동센터가 2009년 문을 연 뒤 처음으로 학생들의 서울 나들이 행사를 하게 됐기 때문이었다. 이른 아침 담양에서 출발한 아이들과 아동센터 교사들은 서울의 창경궁과 남산한옥마을, 남산타워 등을 찾았다. 이날 견학에는 새 선생님이 동행했다. 화장품 수입·유통업체 하이코스의 직원 4명이 일일교사로 함께 참여한 것이다.

영재 지역아동센터의 이날 서울 나들이는 빈곤아동청소년을 후원하는 시민단체인 ‘부스러기사랑나눔회’가 주최하는 토요 동아리 지원 사업의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토요 동아리 지원 사업은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에게 교육·복지를 지원하는 지역아동센터 55개를 선정해, 소속 아이들이 주 5일제 수업으로 놀게 되는 토요일에 공동체·여가 활동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하이코스는 후원자로 참여해 물적 지원뿐만 아니라 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의 확산과 더불어 기업과 시민사회, 정부가 서로 연계하는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960년대 장학재단 등을 통해 자선적인 성격으로 출발한 기업의 사회공헌은 1990년대 들어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주목받으면서 체계화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책임감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 온 비영리기구(NPO)와 손잡는 방식(파트너십)이 사회책임경영의 다음 단계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과 시민단체의 파트너십은 서로의 강점을 살리면서 약점을 보완해 사회문제 해결의 효율성을 높이는 상생의 모델이다. 토요 동아리 지원 사업의 경우, 부스러기사랑나눔회와 지역아동센터는 부족한 자원을 기업의 참여로 메울 수 있고, 기업은 사회참여 의지를 믿을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고 직원들의 책임의식을 높일 수 있다. 영재 지역아동센터의 백혜진(24) 교사는 “서울에서 하는 첫 수업이라 아이들 관리와 프로그램 진행에 걱정이 컸는데, 하이코스 직원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부담은 덜고 교육 효과는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이코스 직원 김아무개씨는 “봉사활동에 관심은 있었지만 스스로 찾는다는 게 쉽지 않았는데, 회사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선정해줘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2012 소통과 나눔 파트너십 페어’의 핵심 주제도 기업, 시민단체, 정부가 함께하는 플랫폼 구축이었다. 한국엔피오(NPO)공동회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행정안전부와 특임장관실은 기존에 각자 해오던 콘퍼런스 행사를 올해 처음으로 통합해 머리를 맞댔다. 기조강연을 맡은 박종삼 세계사회봉사연구소 소장(전 월드비전 회장)은 “바야흐로 시민사회, 기업, 정부 각 섹터(부문)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회공헌의 효율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사회적 혁신이 필요한 시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협력의 의미를 강조했다.

전경련이 기업들의 사회공헌을 분석해 펴내는 <사회공헌백서>를 보면, 2004년부터 기업의 시민단체 기부 참여율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에 내는 기부금 액수 역시 눈에 띄게 늘었다. 다만, 2010년에는 일부 재벌기업들의 자사출연재단에 대한 기부액이 크게 증가하면서 잠시 주춤했다. 이들 통계는 일회적인 돈·물품 기부도 포함하는 수치이다.

아동권리보호와 국제구호사업을 벌이고 있는 굿네이버스의 경우, 기업의 사회공헌기금 가운데 파트너십 성격의 기금 비율이 2009년 61%에서 2010년 74%, 지난해 85%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기금의 내용을 보면 단순히 돈을 모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프로젝트 및 사업을 지정해 후원하거나 공익연계 마케팅을 펼치는 경우다. 예컨대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지난 4일부터 해외아동 300명과 일대일 결연 캠페인을 벌였다. 시작 일주일 만에 286명의 임직원이 참여의사를 밝혔을 정도로 구성원의 호응이 높았다. 공익연계 마케팅은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착한 소비’를 실천할 수 있도록 참가 기업 제품에 굿바이(Good Buy) 로고를 찍고, 판매 수익금 가운데 일부를 기업이 기부하는 형식이다. 올 상반기에 예스비(티셔츠), 동양매직(비데), 종가집(김치) 등이 참여했다.

기업-시민사회 간 파트너십 구축의 성숙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김희정 한국엔피오공동회의 사무국장은 “파트너십에 대한 뚜렷한 자료 집계도 미비할 정도로 아직은 초창기”라며 “이번 파트너십 페어도 기업과 시민단체가 서로의 사례와 입장을 공유해 물꼬를 트는 계기로 마련됐다”고 말했다. 30여개 기업과 3년 이상 장기 프로젝트를 함께 해온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 미래’의 이재용 미래지속가능실장은 “기업의 사회공헌은 하나의 사업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아직 발견되지 않았던 복지 사각지대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비영리단체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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