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렵한 선체 통통하게…대형선박 수주 경쟁력은 ‘연비절감 디자인’
25살 선박 연료비 배값 10배
속도 위한 유선형 앞모양 좀더 넓게 하고 엔진룸 줄여
짐 많이 싣게끔 설계
25살 선박 연료비 배값 10배
속도 위한 유선형 앞모양 좀더 넓게 하고 엔진룸 줄여
짐 많이 싣게끔 설계
일본의 한 선사는 지난해 12월 초대형 유조선 2척, 올해 1월엔 탱커선 5척을 해체했다. 선령이 20년 미만으로 ‘퇴물’ 수준은 아니었지만, 낮은 연비 탓에 해체할 수밖에 없었다. 배 연료인 벙커씨(C)유 가격이 1990년대 톤당 90달러에서 지금은 700달러를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기름 먹는 하마’인 대형 선박들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배 연비 향상을 위해 선체에 연료 절감 장치를 붙이는 것은 기본이고, 디자인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기존 선박의 앞모양이 속도를 내기 위해 길고 유선형이었다면, 요즘 새로 건조하는 선박은 좀더 넓적하게 설계되고 있다. 넓적해지면 짐도 더 많이 실린다. 엔진 및 엔진룸도 줄여 화물창이 커지는 것도 새로운 추세다. 속도를 늦춰 기름값을 덜 들이면서 짐을 더 실어 경제성을 키우는 것이다.
에스티엑스(STX) 종합기술원의 김동언 미래선종팀장은 특히 대형 화물을 운송하는 벌크선이나 유조선 같은 경우, 이런 설계가 우선적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김 팀장은 “오랜 조선 경험이 있어 배 앞 모양이 예전처럼 날카롭지 않더라도 바다를 헤치고 나가는데 문제가 없다”며 “좀 뚱뚱한 모양이더라도 짐을 더 실을 수 있어 경제적이다”고 말했다. 실제 배는 15노트에서 20노트로 속도를 올릴 때보다, 고속 수준인 20노트에서 22노트로 속도를 올릴 때 기름 소모가 더 많다고 한다. 선박이 25년 정도 운용된다고 봤을 때, 연료비 등 유지비는 선박 가격의 10배에 이른다.
2013년부터 도입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제조연비지수 규정도 영향을 끼쳤다. 연비가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면 아예 운항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최근 그리스에서 열린 세계 선박박람회인 포시도니아에 다녀온 조선협회 관계자는 “친환경 고효율 선박인 그린십이 대세였다”고 전했다. 해운회사인 에스티엑스(STX)팬오션은 새 배를 발주할 때, 연료를 아끼기 위해 선형을 새롭게 해 발주하겠다고 밝혔다. 에스티엑스조선해양은 최근 ‘신선종 설계 개발팀’을 신설했다.
이석제 해운·조선 업황 전문가는 더 나아가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선박도 5~10년 사이에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그는 “해운사 영업이익률이 연비가 좋은 배 보유 여부로 판가름나고 있다”며 “연료를 절감하는 배가 조선업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5월 선박 엔진 제조업체인 덴마크의 만사와 천연가스 추진 설비를 개발해 이미 시연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엔진 개발은 이미 상용화 단계까지 왔다”며 “어느 배에 먼저 달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이밖에 삼성중공업은 연료 효율 향상을 위한 프로펠러 등 세부기술을 개발중이고, 현대중공업은 엔진이나 기관 등을 최적 운항상태로 조종하는 ‘스마트십’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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