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한 학생의 발표를 듣고 있다. 고려대 경영대학원 제공
직장인 시간·비용 부담 크고
기업, 국외MBA 상위권대 선호
경력 위한 하나의 창구일 뿐
재교육·인맥 쌓는 데 유용
기업, 국외MBA 상위권대 선호
경력 위한 하나의 창구일 뿐
재교육·인맥 쌓는 데 유용
지난 21일 저녁 8시 서울의 한 대학 강의실. 어둠이 내리자 20여명의 직장인들이 모여들었다. 이 대학 경영전문대학원(MBA) 후기 야간 석사과정의 입학 설명회를 찾은 사람들이었다. 퇴근 뒤 파김치가 된 몸이었지만, 20대부터 50대로 보이는 이들은 조는 사람 없이 한시간 넘게 진행된 설명회에 집중했다. 소개를 맡은 경영대학원장은 “토론·사례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실무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많은 기업에 진출해 있는 졸업생들도 있어, 최고의 인적 네트워크도 쌓을 수 있다”며 입학을 권유했다.
이곳을 찾은 4년차 직장인 김아무개(32)씨는 “직장에 들어와 보니 주변에 대학원에 다니는 사람도 많고, 학벌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고 해서, 야간 대학원의 비용과 필요한 시간을 따져보기 위해 왔다”고 했다.
김씨처럼 엠비에이 야간 석사과정에 쏠리는 직장인들의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12년 상반기 경영전문대학원 운영현황 자료를 보면, 주간 과정 경쟁률은 1.54 대 1에 그쳤지만, 야간 과정 경쟁률은 3.02 대 1에 이르렀다. 고려대와 서강대 엠비에이는 4.9~4.8 대 1까지 경쟁률이 치솟았다.
또한 <한겨레>가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의뢰해 직장인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엠비에이를 다녔거나 다닐 계획이 있다고 답한 직장인이 48%나 됐다. 이들은 진학을 택한 이유로 업무 분야에서 전문성을 높이고 싶다(53.1%·복수응답)거나 최종 학력을 높이고 싶어서(43.8%)라고 답했다. 연봉을 높이고 싶다(40.6%)와 인맥을 넓히고 싶어서(32.3%)라고 응답한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선뜻 엠비에이 야간 과정을 선택하기가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김씨도 “학기당 1000만원에 이르는 학비와 바쁜 업무 중에도 학교를 매주 와야 된다는 부담이 크다”고 했다. 엠비에이 야간 과정은 보통 4학기 동안 45학점을 이수하면 학위를 딸 수 있다. 한 주에 2차례 이상 출석해야 하며, 중간·기말고사도 있다. 시간뿐만 아니라 비용도 만만치 않다. 입학금 100여만원에 수업료까지 합치면 첫 학기 등록금은 1000만원이 넘는다.
경력 개발을 위해 좋긴 한데, 엠비에이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러운 현실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떤 조언을 할까. 헤드헌팅 업체 커리어케어의 박혜준 상무는 “기업들이 국외 엠비에이도 상위권 대학만 찾는 현실에서 야간 엠비에이 학위가 큰 도움이 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국내 한 대기업에서 일했던 박아무개(34)씨 경우는 엠비에이를 통해 직무를 바꿔보려 했지만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경영관리 업무에 재미를 못 느낀 박씨는 엠비에이 학위 취득 뒤 전략기획 업무에 지원했지만, 번번이 탈락했다. 그는 결국 다른 기업의 경영관리 업무로 이직했다. 헤드헌팅 업체 엔터웨이 파트너스의 추연집 이사는 “박씨 같은 사례는 무수히 많다”며 “엠비에이는 경력 전환을 도와줄 수 있는 하나의 창구가 될 뿐, 지식이나 네트워크 확장을 게을리한다면 오히려 시간을 낭비할 수 있는 ‘독’이 된다”고 했다.
물론 ‘주경야독’ 엠비에이를 통해 몸값을 높인 경우도 적지 않다. 한 헤드헌팅 업체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 엔지니어로 일하던 분이 엠비에이를 통해서 아예 다른 직종으로 옮겨 성공한 경우도 봤다”고 했다. 엠비에이 학위가 ‘자격증’에 불과할 정도로 많아졌지만, 재교육 기회를 가지거나 인맥을 넓혀 정보를 얻는 데는 유용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박혜준 상무는 “한국 기업들 가운데 여전히 구직자의 학교 수준 등을 따져 이력서를 보는 곳이 있기 때문에, 차별을 피하기 위해 엠비에이를 가는 것도 경쟁력을 키우는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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