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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가난해 배우지 못한게 내 경쟁력”

등록 2012-05-20 21:18수정 2012-05-21 14:41

패션디자이너 최범석(35)씨
패션디자이너 최범석(35)씨
인터뷰/ 패션디자이너 최범석
드라마 ‘패션왕’의 실제 모델
전경련 토크콘서트 강연 나서

옷 관심많던 고교 중퇴 날라리
동대문서 뉴욕까지 이름 떨쳐

경력·학벌 장벽은 `‘깡·끈기’로
“패션도 대기업 횡포 심해” 일침

홍익대 앞 노점상으로 시작해 동대문을 거쳐 세계 4대 패션행사 가운데 하나인 뉴욕 컬렉션까지, 인생의 벽을 차례로 뛰어넘어 온 패션디자이너 최범석(35·사진)씨는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것”을 ‘나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주최로 지난 19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뉴스타트 2012’에 강사로 참석한 최씨는 의류 업체 ‘지아이홀딩스’(브랜드명 제너럴아이디어) 대표에 오르기까지 도전, 좌절, 극복 그리고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지는 인생 드라마를 풀어놓았다.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고등학생, 대학생 등 청년 50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강연 뒤 <한겨레>와 만난 최씨는 스스로 ‘날라리’였다고 표현할 정도로 분방하게 살았던 학창 시절 그의 유일한 관심은 옷이었다고 했다. 19살에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노점상으로 나선 게 그로선 자연스러운 행로였다. “홍대에서 망한 뒤 남대문에서 신발 등을 떼다 부산에 내려가 노점을 했죠. 어머니도 ‘범석떡집’이라는 이름으로 노점을 하셨죠. 그때 우리 꿈은 ‘지붕 있는 곳에서 장사를 하고 싶다’였습니다.”

악착같이 모은 돈 3000만원으로 의정부에서 자신의 가게를 냈고 자체 디자인을 가미한 옷으로 인기를 끌었다. 최씨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동대문 진출을 결심했다. “당시 21살이었는데 동대문상인회는 보통 군대를 마친 28살 형들이었요. 눈길도 주지 않고 무시하더군요. 한 달 내내 떡볶이를 사서 찾아갔더니 말을 걸더군요.” 어렵게 문을 연 가게였지만 2년 동안 옷 파는 것을 구경만 할 정도로 장사가 안 돼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겪었다. “부산에서 아는 형이 운영하는 가방가게를 놀러갔다가 맘에 들었던 가방 부자재를 옷에 붙이는 아이템으로 ‘대박’을 냈습니다.”

월 순익 1억원을 거둘 정도로 옷 가게는 번창했지만 만족하지 않았다. 파리 출장에서 패션쇼를 본 뒤 ‘디자이너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번에는 경력·학벌이 앞길을 막았다. 둘 모두에 인연이 없는 그가 기댈 수 있는 건 실력뿐이었다. 서울 컬렉션 데뷔를 위해 열흘 안에 자신이 직접 만든 열 벌의 옷을 가져갔고 결국 승낙을 얻어냈다. 이어 뉴욕까지 진출해 지금까지 4번의 행사(컬렉션)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세계에 선보였다.

“디자이너로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전화를 해온 아버지는 ‘대학을 보냈다면 더 성공했을 텐데…’라고 하시더군요. 아버지께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만약 대학에 갔으면 바보처럼 살았을 거라고 했지요. 부족한 것이 많다는 콤플렉스(열등감)가 있었기 때문에 더 노력하고 성장할 수 있었어요. ‘깡과 끈기’로 버텼던 것이지요.”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패션왕’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그는 동대문의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모범이자 목표다.

최씨는 자신이 일군 의류기업 ‘지아이홀딩스’의 대표이자 코오롱에프앤씨(FnC) 브랜드 ‘헤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기도 하다. 심해지는 양극화로 ‘개천에서 용 안나는’ 시대에 가능성을 증명한 것 같다는 말에 “좋아한 것을 했을 뿐”이라며 웃었지만 대기업 횡포에 대해서는 일침을 놨다. “패션산업도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죠. 중소기업 디자이너들이 좋은 역량을 보이면 뽑아 가버려요.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그의 다음 목표는 “가족과 함께 뉴욕에 놀러 갔을 때 도심에 있는 ‘제너럴아이디어’ 매장에서 함께 옷을 고르는 것”이라고 한다. 홍대 근방의 한 노점에서 시작된 그의 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사진 전경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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