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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무려 1300여명이…경남서 초대형 보험사기

등록 2012-05-17 19:35수정 2012-05-17 21:37

주민·병원·브로커·설계사 등
질병·부상 부풀려 95억 챙겨
경남 창원에 사는 손아무개씨는 당뇨·고혈압·관절염 등을 이유로 2008년 5월부터 3년 동안 564일간 병원에 입원했다. 그가 타간 보험금은 모두 9500만원이었다. 손씨는 장기입원이 필요없는 병이라 혹시 보험회사 직원이 눈치챌까 인근 병원 3곳에서 짧게는 사흘, 길게는 한달 간격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는 식으로 모두 18차례 병원을 들락거렸다.

구아무개씨는 2010년 4월부터 한달새 모두 10건의 보험에 가입했다. 구씨는 보험에 가입한 뒤 열흘도 안 돼 목욕탕에서 넘어졌다는 이유 등을 대며 무려 141일 동안 입원한 뒤 보험금 2800만원을 타냈다. 손씨와 구씨가 입원한 병원 중에는 공교롭게 창원에 있는 ㄱ병원이 겹친다.

창원과 함안의 병원 세곳을 번갈아가며 질병·부상 정도를 부풀리거나 거짓으로 꾸며 입원하는 방법으로 1361명이 모두 95억1500만원(1인당 700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역대 최대 규모의 보험사기단이 적발됐다. 지난해 강원도 태백에서 410명이 공모해 150억원대의 보험금과 요양급여비를 타낸 보험사기 사건보다 연루자가 훨씬 많다.

이들의 꼬리가 잡힌 것은 지난 3월이었다. 창원지역 병원 3곳이 브로커들을 고용해 가짜 환자를 유치해주는 대가로 한명당 10만~20만원씩의 뒷돈을 주고, 환자는 보험사에서 타낸 보험금의 10%를 브로커에 지급하고 있다는 제보가 금융감독원에 접수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17일 이들 보험가입자, 병원 관계자, 브로커 등 1361명을 보험사기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40~50대가 909명이고 여성도 893명에 이른다. 이들이 타낸 보험금은 1인당 평균 700만원이다. 질병을 과장하거나 단기간에 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하는 방식 외에도 이른바 ‘원격지 입원’ 등 수법도 다양했다. 서울·경기 지역은 물론 심지어 제주도에 거주하면서 이들 병원에 입원한 이들도 116명이나 적발됐다. 보험설계사 31명은 병원에 입원중이라고 하면서 회사에 정상 출근하거나 보험계약을 하러 다니기도 했다. 과거에 입원했거나 치료한 사실을 숨기고 보험에 가입한 이들도 259명이 적발됐다.

ㄱ병원 이외에 보험사기에 가담한 창원 ㅇ병원과 함안 ㅊ병원은 이미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비슷한 보험사기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부산·경남지역 병원 11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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