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국무총리가 16일 오후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 박병석 민주통합당 저축은행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일어서는 이) 등 조사위원들과 면담하기 위해 걸어오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하나은, 김찬경 소유 골프장 18억 회원권 ‘이례적 매입’
하나캐피탈, 그림 담보 잡고 145억 저축은 지분 취득
김승유 전 회장, 김 회장과의 친분 묻자 “노코멘트”
하나캐피탈, 그림 담보 잡고 145억 저축은 지분 취득
김승유 전 회장, 김 회장과의 친분 묻자 “노코멘트”
하나은행이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소유로 알려진 ‘아름다운 골프장’ 회원권 18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하나금융그룹의 자회사인 하나캐피탈도 지난해 9월 적기시정조치(영업정지 등) 유예중인 미래저축은행에 145억원을 들여 지분 9.6%를 취득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두 회사 사이의 석연찮은 거래가 속속 드러나면서, 하나금융그룹과 미래저축은행의 관계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김찬경 회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하나은행은 2010년 7월에 충남 아산시 영인면에 있는 ‘아름다운 골프장’ 법인회원권을 18억원에 사들였다. 계약기간은 5년이다. 하나은행이 보유한 골프장 법인회원권 가운데 가장 비싼 편에 속한다. 다른 금융회사들은 이 골프장 회원권이 아예 없다. 하나은행 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 골프장 회원권을 모두 매각했고, 다시 매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용조건에 견줘 가격이 싸서 샀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회원권은 주말에 10명까지 이용할 수 있는 ‘무기명 회원권’이다.
하나은행 내부에선 기존의 골프장 회원권 구입 행태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16일 “서울에서 거리도 멀고 위치도 좋지 않은데다, 그동안 이런 규모로 무기명 회원권을 매입하지 않았다”며 “아름다운 골프장 쪽의 요청이 있었을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하나금융 계열 하나캐피탈이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을 두고서도 하나금융그룹 내부는 물론 금융당국에서도 ‘비정상적인 거래’라고 입을 모은다. 하나캐피탈은 지난해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 때 145억원을 투자했다. 대신 하나캐피탈은 미래저축은행 소유의 그림 5점, 김찬경 회장 등의 주식과 서울 압구정동 소재 아파트, 미래저축은행 서초동 사옥 등을 담보로 잡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분 취득이었지만 사실상의 담보 대출 형태”라며 “유상증자에 담보를 설정한 건 보기 힘든 일로, 어쩔 수 없는 투자라 불가피하게 안전장치를 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또 이 관계자는 “통상 금융권에선 그림은 담보가치 평가가 어려워 담보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리하고 편법적인 투자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만큼 하나캐피탈에 대한 검사도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지주 내부 관계자 역시 “하나금융그룹의 보수적인 여신·투자 관행을 고려할 때 저축은행에 대한 투자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더구나 회수 가능성이 희박한 담보를 근거로 투자가 이뤄진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 투자 결정은 당시 김승유 회장의 승인으로 이뤄졌다. 김 전 회장은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래저축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8% 이하로 떨어지거나 경영상 채권회수가 불가피할 경우 실물이나 금융자산을 판매하는 내용(풋백 옵션) 등의 안전장치를 뒀고, 미래저축은행이 살아나면 기업공개를 통해 많은 수익을 낼 것이라는 상업적 판단을 했다”며 “지금은 상황이 이렇지만 하나캐피탈이 담보로 잡은 그림을 매각하면 어느 정도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캐피탈은 지난 10일 담보로 잡았던 미국 추상주의 화가 사이 트웜블리의 ‘볼세나’를 경매에 부쳐 600만달러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김찬경 회장과의 친분 여부에 대해선 “노코멘트”라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김찬경 회장이 지인을 통해 지분투자를 요청해 왔느냐는 질문을 두고서도 김 전 회장은 “그렇게 얘기할 수 없다”는 모호한 해명을 내놨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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