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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김찬경 203억 빼가도…우리은행 본점은 ‘깜깜’

등록 2012-05-13 18:51수정 2012-05-13 22:50

‘3억원 이상 인출 땐 본점 파악’ 감시망 허점
금감원 “미래저축은행과 유착여부 조사확대”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지난 3일 밀항 시도 직전 우리은행에서 거액의 현금을 인출할 때 우리은행 본점에서는 이런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져, 은행 내부의 혐의거래 감시망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3일 “우리은행 내부규정에는 일선 영업점에서 3억원 이상의 고액이 인출될 경우 본점 상시감시팀이 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도록 돼 있지만 김 회장 쪽이 돈을 인출할 당시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며 “정확한 경위와 이유를 검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 3일 오후 5시께 현금 135억원과 수표 68억원 등 모두 203억원을 우리은행 서초사랑지점에서 빼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본점 상시감시시스템은 내부 직원에 의한 불법행위를 적발하기 위한 목적이라 순수한 현금거래만 실시간으로 감시가 된다”며 “자체 점검 결과, 김 회장이 현금만 찾았다면 바로 알 수 있었겠지만 수표를 함께 찾다 보니 체크가 안 된 것으로 조사돼 이번에 그 부분을 개선했다”고 해명했다. 우리은행은 김 회장이 거액을 인출한 사실을 다음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김 회장은 예치금 모두를 현금으로 인출하려 했지만, 우리은행 쪽의 요청으로 68억원이 수표로 발급된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미래저축은행 쪽에서 인출 전날인 2일 전화를 걸어 예치금을 전액 현금으로 준비해달라고 했다”며 “지나치게 큰 금액이기도 하고 수표로 내줄 경우 그만큼 예금을 유치하는 효과가 있어 일부를 수표로 인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김 회장이 수표로 돈을 빼내면서, 우리은행 내부감시망에 걸려들지 않게 된 것이다.

금감원은 미래저축은행이 이미 영업정지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액의 현금을 빼갔고 인출과정에서 한차례 비밀번호까지 바꾸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가 분명한데도 우리은행이 이를 인지하지 못한 건 단순한 시스템의 결함을 넘어서는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우리은행 직원과 미래저축은행 간의 유착관계 여부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해 책임소재를 낱낱이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앞서 “우리은행이 돈을 인출해 준 건 문제”라며 “검사가 끝난 뒤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은행 쪽은 “미래저축은행은 2006년 거래를 시작해 몇백억원 규모의 예금을 오랫동안 예치해 온 큰 고객이라 요구사항을 일일이 따져보기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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