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과도 할인율 제한키로
자본잠식이나 연속 당기순손실 상태의 한계기업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악용해 자금을 끌어모으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에 대한 심사와 사후관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2009년 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주주배정 유상증자 239건(222개사)을 분석한 결과, 청약자금을 편법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일반공모·제3자 배정 유상증자 할인율을 과도하게 적용한 사례가 27%(64건)에 달했다고 6일 밝혔다. 실제로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전체 증자 방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9년 39%, 2010년 59%, 2011년 73%로 급증하는 추세다.
또 최대주주가 주주배정 증자에 참여한 비율이 38%에 그쳐 구주주 청약률 72%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증자 후 1년 안에 최대주주가 변경된 회사도 19%(43개사)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자본잠식이나 연속손실 등 한계기업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비율이 급증하는 추세다. 자본잠식 회사들의 경우 이 비율이 2009년 30%, 2010년 33%, 2011년 55% 등으로 상승했다. 연속 당기순손실 기업의 경우 이 비율이 2009년 33%, 2010년 50%, 2011년 58% 등으로 올라갔다.
금감원은 “이런 회사들의 경우 주주배정 유상증자 후 상장 폐지되거나 횡령이 발생해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며 “주주배정 유상증자 후 횡령사건 발생도 2009년 29%에서 2010년 54%까지 급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주주배정 유상증자 시 과도한 할인율 적용을 제한해 적정 발행가 산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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