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속 정부선 “무관세 삼겹살 수입”
상황 고려않는 MB물가 잡기에 농민 분통
상황 고려않는 MB물가 잡기에 농민 분통
정부가 삼겹살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며 돼지고기 무관세 수입 확대 방침을 밝힌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에서 6개월 이후 돼지고기 가격 급락이 우려돼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다른 목소리를 내 주목된다. 양돈 농민들은 “공급 과잉으로 가격폭락이 우려되는 상황인데, 정부가 억지로 가격을 끌어내리겠다고 무관세 삼겹살을 들여오고 있다”며 “엠비(MB) 물가품목 잡는 것만 중요하지, 농민들은 죽든 말든 상관않겠다는 것”이라고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관측센터는 지난 25일 발행한 ‘4월 축산관측월보’에서 “9월 이후 돼지고기 가격이 급락할 우려가 있다”며 “저능력 어미돼지와 새끼돼지를 미리 도태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3월 월보’에서도 마찬가지로 ‘공급 과잉’의 경고음을 울렸다. 김태호 초청연구원은 “공급 측면뿐 아니라 수요 또한 부진하고 재고도 쌓여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업관측센터는 앞으로 반년 사이에 전국의 사육 돼지가 100만마리 이상 불어나, 9월이면 950만~960만마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구제역 초기인 2010년 12월의 공급과잉 상황(988만마리)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이 영향으로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6월 성수기에 5000원(1㎏) 가까이 올라가지만, 9월 이후 3800~4200원으로 미끄러질 것이란 전망이다. 생산비에 못 미치는 폭락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 쪽은 “올 3분기까지는 여전히 국내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봄철 성수기에 혹시라도 가격이 크게 오르는 일이 없도록 물가안정 장치를 미리 해놓자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농식품부와 양돈농민들은 돼지고기 생산비를 두고도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양돈협회에서는 지난 2년 사이 사료값이 40% 오르고 석유값도 많이 뛰어, 돼지고기 1㎏ 생산비가 4800원으로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사료값이 11.8% 올라 1㎏ 생산비가 4034원이라고 반박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양돈전문가는 “정부의 생산비 추정은 사료값과 분뇨처리비 등을 지나치게 낮게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숫자’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제역 피해 양돈농가인 경기 양주의 김행우(60)씨는 “지난해 평년의 2배 값을 주고 어미돼지 200마리를 들여와, 올 5~6월 성수기에 괜찮은 값으로 출하할 요량으로 어렵게 버텨왔는데, 무관세 삼겹살을 또 들여온다니 무슨 날벼락이냐”고 말했다. 양돈산업은 4~7월 성수기에 1년치 수입을 거의 벌어들이는 계절적 특징을 나타낸다.
기획재정부는 7만t으로 잡았던 2분기의 삼겹살 할당관세 물량을 줄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할당관세를 철회할 수는 없고, 4월 이후 수급동향과 가격을 살펴서 물량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최현준 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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