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급이상서 4급이상으로’
취업제한 규정 강화 여파
승진 대신 로펌행 택해
취업제한 규정 강화 여파
승진 대신 로펌행 택해
금융감독원에 근무하던 최아무개 조사역(5급) 등 3명은 지난달 사표를 내고 로펌(법률회사)행을 택했다. 이번달 말로 예정된 정기인사에서 선임조사역(4급)으로 승진하는 걸 피하기 위해서였다.
직장인들 대다수가 목을 메는 승진을 외면하고 이들이 정반대의 길을 선택한 까닭은 이번이 민간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29일부터 시행된 개정 공직자윤리법은 금감원 직원들의 ‘퇴직 후 취업제한’ 규정을 강화해, 대상을 기존 2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확대했다. 저축은행 사태로 전관예우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를 막기 위해 4급 이상 직원은 퇴직 직전 맡았던 업무와 직무관련성이 있는 민간기업에 2년간 취업을 금지한 것이다. 강화된 규정으로 금감원에서 재취업을 제한받는 이들은 전체 직원의 77%에 이른다. 금감원은 앞서 개정 공직자윤리법 시행을 코앞에 둔 지난해 7월~10월에도 3~4급(선임·수석조사역) 직원 18명이 줄줄이 사표를 냈다. 이들 직급의 퇴직자가 한해 평균 20명 안팎에 불과했던 것에 견주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대상 확대 외에, 퇴직 전 3년 이내 소속부서 업무와 관련 있는 회사에 취업하지 못하게 한 규정이 퇴직 전 5년 이내로 확대된 것도 금감원 직원들의 속앓이를 깊게 하고 있다. 민간기업 재취업을 위해 퇴직 뒤 취업할 민간기업과 업무 관련성으로 얽히지 않는 연수원 등으로 보내 ‘경력을 세탁’해주던 관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탓이다. 여기에 고위직들의 민간기업 감사 취업까지 금지하면서 인사 적체가 불가피해져 인사를 목전에 둔 권혁세 원장의 고민도 커져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쪽은 “조직에 뼈를 묻을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며 애써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직원은 “감독이나 검사, 시장조사, 회계감독 업무를 맡은 직원은 사실상 모든 상장회사에 취업할 수 없게 된다”고 한탄했다. 그는“현행 제도가 젊은 직원들이 민간기업에 취업하는 건 막으면서도, 임명직·선출직으로 옮겨가는 경우에는 재취업 제한을 하지 않아 사회적 논란 거리인 ‘낙하산 인사’를 막지 못하는 형평성 문제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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