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시점 따라 통계가 실상과 달리 왜곡되는 현상
1월 취업 ‘53만6천명’ 증가…지난해 1월 크게 준탓
1월 취업 ‘53만6천명’ 증가…지난해 1월 크게 준탓
자녀들의 시험 성적에 대해 부모들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지난달보다 좋아졌다, 옆집 철수한테 뒤졌다,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등등.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기저효과’에서 기저란 기초가 되는 밑바닥을 뜻합니다. 비교 기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얘깁니다. 기준이 되는 시점과 비교 대상에 따라 결과값이 실제와 달리 왜곡돼 나타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그래서 반사효과라고도 합니다.
경제지표를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호황기를 기준으로 보면 실제보다 나쁘게 보이고, 반대로 불황기 때와 견주면 좋아진 것으로 보이는 것이죠. 예컨대 2009년 12월 우리나라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비교 기준인 2008년 12월은 전세계에 금융위기가 덮쳐 경기가 극도로 위축된 때였습니다. 증가율이 실제보다 커 보이는 착시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몸이 아파 시험 성적이 뚝 떨어졌던 아이가 제 등수를 찾은 정도인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거시경제뿐 아니라 물론 기업의 실적과 주가 등에서도 두루 나타납니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통계도 그렇습니다. 지난 1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3만6000명이 늘었습니다. 취업자 수가 1년8개월 만에 최대 규모로 늘어난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물론 언론의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지난해 1월 고용사정이 최악이던 때와 비교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월에는 구제역 파동과 추운 날씨로 농림어업 취업자 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때문에 취업자 수는 연간 평균(41만5000명)보다 훨씬 적은 33만1000명이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올해 1월에는 날도 따뜻했고 구제역 같은 돌발 변수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평균치와 비교하면 지난 1월 취업자 수는 45만2000명 늘어난 수준으로 보는 게 타당한 것입니다.
오히려 전달인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취업자는 줄고 실업자는 늘었습니다. 전달 대비 취업자 수는 39만3000명이 줄었습니다. 생산가능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의미하는 고용률(57.4%)도 전달보다 떨어졌습니다. 이런 고용률은 지난해 2월(57.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지난해부터 가계 살림을 팍팍하게 만들고 있는 물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물가상승률을 3%대 초반으로 묶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올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를 나타냈습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내내 연평균 4%대 고공행진을 했습니다. 지난해보다 3% 이상 더 오른 것이니 장바구니 물가가 가벼워질 리 없습니다. 더구나 지난해 꼼수 논란 속에 새 물가지수가 도입돼 물가상승률이 평균 0.4%포인트 낮아진 것까지 고려하면 말입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파업 뮤직비디오 ‘MBC 프리덤’도 떴다
■ K리그 복귀한 이근호 “이젠 좀 튀겠다”
■ ‘한-미FTA 없던 일로’는 정말 안되는가
■ ‘서태지와 아이돌’ 환상 속에 아직 그대가 있다
■ 전남 보성 세 남매 학대 부추긴 40대 여자 구속
■ 파업 뮤직비디오 ‘MBC 프리덤’도 떴다
■ K리그 복귀한 이근호 “이젠 좀 튀겠다”
■ ‘한-미FTA 없던 일로’는 정말 안되는가
■ ‘서태지와 아이돌’ 환상 속에 아직 그대가 있다
■ 전남 보성 세 남매 학대 부추긴 40대 여자 구속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