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이 비어 있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취업진로지원센터 취업게시판 앞으로 1일 오후 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정부의 청년 일자리 대책이 취업률 늘리기에 급급해, 인턴·비정규직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취업자수 늘리기 급급한 정부대책
6개월짜리 ‘시한부 일자리’ 양산 꼴
6개월짜리 ‘시한부 일자리’ 양산 꼴
지방대를 나온 이수정(가명·25·여)씨는 서울의 한 국책 연구기관에서 6개월째 ‘사무보조원’으로 일하고 있다. 전화를 받고 자료와 우편물을 정리하는 게 주된 업무다.
이씨는 지난해 초까지 1년여 동안 수원의 한 중소 제조업체에서 ‘청년인턴’으로 근무했다. 지금 하는 일과 비슷했지만 입사한 지 6개월 만에 정규직이 됐고, 벌이도 월 150만원으로 훨씬 나았다. 그러나 몇달 못 가서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회사 부장님이 ‘정부 지원금이 끝나면 더 일을 시킬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스펙이나 경험이 쌓이는 일도 아니고… 구질구질하다는 생각에 그냥 자진 퇴사했어요.”
이씨는 현재의 사무보조원 자리도 그만두고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에 합류할 생각이다. “공공기관 인턴은 정규직 채용 기회가 있다는 얘기에 지원했는데, 가망성이 없더라고요. 더 늦기 전에 정면도전을 해봐야죠.”
정부의 청년 일자리 대책이 취업자 수를 늘리는 데만 급급해, 젊은이들이 ‘나쁜 일자리’를 전전하는 구조를 고착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을 늘리는 정부 정책이 또다른 고용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올해 청년실업 대책 1순위로 공공기관과 중소기업 청년인턴을 대폭 늘리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공공기관 청년인턴은 통상 5~12개월 동안 취업해 매달 80만~110만원을 받는다. 시행 첫해인 2008년 2854명에서 지난해에는 1만2246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목표는 9532명이었지만 20% 이상 초과달성했다. 정부가 채용 실적을 경영 평가에 반영하면서 대상 기관들이 채용을 적극 늘린 탓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도 채용 목표(1만2082명)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기관 인턴의 취지는 젊은이들의 취업 능력을 높이고 정규직 취업으로 가는 디딤돌 구실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초라하다. 지난해 채용된 1만2246명(9월 말 기준) 가운데 5747명(46.9%)이 중도에 일을 그만뒀다. 인턴 기관의 정규직으로 채용된 이들은 1105명, 전체의 9%에 불과하다. 다른 회사에 취업한 이들도 10.9%에 그쳤다. 퇴사자의 절반 이상(57.3%)인 3295명은 다시 취업 준비생 신분으로 되돌아갔다. 인턴 경험자들한테서 “(인턴은) 폼 나는 알바일 뿐”이라는 자조가 나오는 까닭이다.
중소기업 청년인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중소기업의 구직난을 덜고 청년층의 눈높이를 낮춰 실질적인 취업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재정을 지원한다. 인턴 채용 기업에 6개월간 임금의 50%(월 한도 80만원)를 주고, 6개월 뒤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추가 6개월 동안 65만원을 지원한다. 1년 동안 채용 인원 1인당 최대 770만원을 지원하는 셈이다. 정부는 올해 지원 규모를 4만명으로 지난해(3만3000명)보다 대폭 늘릴 방침이다.
이미경 의원실(민주통합당) 자료를 보면, 2009년 중소기업 인턴으로 채용된 3만1479명 가운데 6개월 뒤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은 56%, 정부 지원이 종료되는 시점의 취업 유지율은 45%에 그쳤다. 취업 1년6개월 뒤(정규직 전환 1년 뒤)의 ‘생존율’은 31%에 그쳤다. 정부 지원이 중단되면 취업 유지율이 크게 떨어지는 건, 대다수 채용 기업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젊은 노동력을 단기간 싼값에 부려먹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청년인턴제는 1999년 처음 도입됐다가, 기업들이 기존 직원을 자르거나 정규직 채용을 줄이는 등의 부작용 때문에 2005년 폐지됐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다시 도입돼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김성희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이명박 정부는 과거 정부가 활용했던 한시적 일자리 창출 정책을 거의 총망라해 도입했다”며 “외형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근시안적 처방”이라고 말했다. 실제 청년인턴이 1만명 늘어나면 청년실업률(15~29살)은 0.2~0.3%가량 감소한다. 2010년 청년실업률(8.0%)은 ‘인턴 효과’가 없었다면 9.06%로 높아진다. 김 교수는 “고용의 양과 질은 동전의 양면인데, 임기 내내 양적 확대에 치중해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이미경 의원실(민주통합당) 자료를 보면, 2009년 중소기업 인턴으로 채용된 3만1479명 가운데 6개월 뒤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은 56%, 정부 지원이 종료되는 시점의 취업 유지율은 45%에 그쳤다. 취업 1년6개월 뒤(정규직 전환 1년 뒤)의 ‘생존율’은 31%에 그쳤다. 정부 지원이 중단되면 취업 유지율이 크게 떨어지는 건, 대다수 채용 기업들이 정부 지원을 받아 젊은 노동력을 단기간 싼값에 부려먹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청년인턴제는 1999년 처음 도입됐다가, 기업들이 기존 직원을 자르거나 정규직 채용을 줄이는 등의 부작용 때문에 2005년 폐지됐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다시 도입돼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김성희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이명박 정부는 과거 정부가 활용했던 한시적 일자리 창출 정책을 거의 총망라해 도입했다”며 “외형적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근시안적 처방”이라고 말했다. 실제 청년인턴이 1만명 늘어나면 청년실업률(15~29살)은 0.2~0.3%가량 감소한다. 2010년 청년실업률(8.0%)은 ‘인턴 효과’가 없었다면 9.06%로 높아진다. 김 교수는 “고용의 양과 질은 동전의 양면인데, 임기 내내 양적 확대에 치중해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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