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던 전국의 땅 2342㎢ 가운데 절반 이상이 무더기로 풀린다. 해제 구역의 70%는 수도권 지역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이뤄진 대규모 해제로 땅 투기를 막기 위해 도입됐던 토지거래 허가구역제도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았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31일자로 전국의 토지거래 허가구역 1244㎢를 해제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번에 해제되는 면적은 남아 있던 토지거래 허가구역의 53.1%에 이른다. 이로써 1979년 도입된 토지거래 허가구역은 2008년 국토 면적의 19.1%(지자체 지정구역 포함)에서 지난해 3.1%, 이번에 1.8%로 줄어들게 됐다.
정부가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대대적으로 푼 것은 2009년 1월 첫 해제 이후 다섯번째다. 국토부는 당시에도 땅값 안정과 주민 민원 등을 이유로 1만7275㎢(지자체 지정구역 제외)이던 토지거래 허가구역 중 절반이 넘는 1만238㎢를 해제했고, 지난해 5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4225㎢를 추가로 풀었다. 불과 3년 만에 지자체 지정구역을 제외한 토지거래 허가구역은 1098㎢만 남게 됐다.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가장 많이 풀렸다. 용인·수원·부천·성남·안양 등지에서 현재 지정면적의 66.2%인 741㎢가 풀려 379.1㎢만 남게 됐다. 서울·인천지역의 130.4㎢를 합하면 수도권 지역의 해제면적은 871.85㎢로 전체 해제면적의 70%가 넘는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에서는 실수요자만 토지를 살 수 있고 취득 당시 허가받은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 이번에 허가구역에서 풀린 곳은 31일부터 시·군·구청장의 허가 없이 자유롭게 토지를 사고팔 수 있고 기존에 허가받은 토지의 이용 의무도 소멸된다.
국토부는 이번 조처를 ‘12.7 부동산 대책’에 따른 후속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최근 3년간 지가변동률이 연평균 1% 내외로 안정돼 있어 해제하기로 했으며, 투기우려지역은 제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땅 투기 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세종시와 전국 혁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는데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각종 개발사업이 진행될 경우 해제지역을 중심으로 땅값이 들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건축허가 면적도 전년 대비 15.7%나 늘어나는 등 건설경기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국 땅값은 비교적 낮은 수준의 변동률을 보이고 있지만, 시중의 유동성 등을 고려할 때 투기 수요는 상존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의 정남수 자산경제팀장은 “최근 몇년간의 땅값 변동률을 근거로 투기 우려가 해소됐다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인 판단”이라며 “이번에 대부분의 토지거래 허가구역을 해제했는데 이는 시장에 불필요한 투기 수요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영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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