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재정부 “장기전략국 신설”
이명박 정부가 중장기 국가 비전을 전담할 새 조직을 기획재정부 안에 만들기로 했다. 임기를 불과 1년 남겨둔 시점에서 많은 예산과 인력이 뒤따르는 장기 비전을 내놓겠다는 것이어서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25일 “그동안 중장기적, 구조적 관점에서 정책 여건을 진단하고 정책을 펴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며 “향후 10~30년 동안 정책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장기전략국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기전략국이 다룰 과제는 저출산·고령화, 청년실업, 여성·복지 등 사회정책과 통일비용, 자원 확보, 성장동력 등 중장기 국가적 과제를 총망라한다. 또 재정부는 현 정부 임기 안에 이들 과제에 대한 비전 보고서를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전문가들로 전담팀을 구성해 작업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는 이명박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다. 국정 철학을 담은 그림을 그릴 시기는 이미 놓쳤고, 현실적으로 다음 정권이 현 정권의 비전을 물려받을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 청와대 직속으로 미래전략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등 장기 전략을 전담할 위원회를 꾸려 실세 위원장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그러나 경쟁과 효율을 앞세운 단기 과제에 매달린 탓에 사회 각 분야를 포괄하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임기 내내 외면하던 복지·노동·통일 등에 대한 장기 비전을 내놓겠다니 실효성과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집권하자마자 금융위기가 터졌고 지난해에는 재정위기로까지 확산돼 사실상 임기 내내 위기 대응이 우선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동안 편향된 정책으로 서민과 중산층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내몰린 뒤 나온 때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재정부, 임기말 장기전략국 신설
학계와 관료 사회에서는 정권 말 ‘미래 타령’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가 나온다. 현 정부에서 경제 관료를 지낸 한 공공기관장은 “정권 말에 ‘큰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은 정치적인 아마추어리즘”이라고 말했다.
실제 노무현 정부가 임기를 1년여 남기고 발표한 ‘비전 2030’은 ‘세금 폭탄’이란 정치권 논란만 증폭시킨 채 흐지부지됐다. 앞서 김대중 정부도 임기 말인 2002년, 김영삼 정부는 1997년에 각각 중장기 국가비전을 발표하고 경제 관료들이 순회 설명회까지 했지만 정권이 바뀐 뒤엔 모두 용도폐기됐다.
최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내놓은 민생 대책 중 일부는 ‘비전 2030’의 정책 방향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참여정부 때 사회·경제정책 비서관을 지낸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정권 초반 ‘7·4·7’로 대표되는 성장 올인 정책을 밀어붙이다 고용·복지·통일 등 현실적인 미래의 문제에 눈을 돌린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그러나 중장기 국가과제의 임기 말 추진은 시의성도 진정성도 인정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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