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분양가 산정규칙 개정…땅매입값 인정범위 확대
“업계약 사실상 묵인…분양가 상한제 무력화하는 꼴”
“업계약 사실상 묵인…분양가 상한제 무력화하는 꼴”
정부가 국회에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어렵게 되자 규칙을 개정해 분양가 상한제에 적용하고 있는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민간택지 실매입가 인정 범위 확대 등을 뼈대로 한 이번 조처는 지난 2007년 과도한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도입한 ‘분양가 상한제’를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12·7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처로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6일부터 입법예고한다고 5일 밝혔다.
정부가 밝힌 민간택지 실매입가 인정 범위 확대 방안을 보면, 각 토지주(일반 개인)로부터 법인(시행사)이 민간택지를 매입할 때 인정해 주는 거래가격에 법인장부상 가격을 신규로 추가시켰다. 이렇게 되면 토지를 매입하는 시행사가 토지매입가를 실제 토지 거래가격보다 부풀려 계약(업계약)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이것이 분양가에 포함돼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기존에 실매입가 인정 기준을 감정평가금액의 120%로 제한한 것을 감정평가금액의 120% 또는 공시지가의 150% 중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객관적인 가격평가 방식인 감정평가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시행사(법인)가 토지매입가를 공시지가의 150%까지 마음대로 산정할 수 있게 됐다. 실제 거래되는 토지가격 보다 높은 가격이 분양가에 적용될 가능성이 열리게 된 것이다.
개정안은 또 현재 건설사가 공공택지 대금을 선납한 경우 선납대금에 대해 입주자 모집공고일 이후 6~12개월간 기간이자를 택지비에 가산해주던 것을 택지비 비중이 40%를 넘으면 가산기간을 14개월로 연장해주기로 했다. 이 때 적용금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적용되는 금리 등을 감안해 현재는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와 평균 기업대출금리를 가중평균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와 주요 시중은행의 피에프 대출시 평균 가산금리(CD 유통수익률+3.3%)를 가중평균해준다. 국토부는 기간이자 인정방식이 이렇게 개선되면 현재보다 분양가가 0.9~1.5%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이밖에 상한제 대상 아파트의 플러스옵션에 붙박이장을 추가해 입주 예정자가 원하면 건설사가 제시한 금액으로 별도 계약을 맺어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선대인경제정책연구소의 정남수 자산경제팀장은 “시행사로 하여금 분양가를 높이기 위해 토지매입가격을 부풀릴 수 있는 이른바 업계약을 할 수 있도록 사실상 묵인해 집값 안정을 위해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를 무력화하는 조처”라고 지적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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