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심각한데 주택대출 지원 확대
“복지 우선” 말하며 예산증액엔 “포퓰리즘”
“복지 우선” 말하며 예산증액엔 “포퓰리즘”
“물가는 잡고 내수와 소비는 늘리겠다.” “주택 경기를 활성화하고, 가계부채는 연착륙시키겠다.”
정부가 내놓은 올해 주요 경제정책들이 상충되거나 모순된 경우가 많아 방향성을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3일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예산의 70%를 상반기에 배정하는 한편 내수 활성화를 위한 재정 지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자리 확충을 위해 재정지원 일자리 예산을 애초 정부안보다 늘리고, 공공기관 채용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 계획대로 예산 배정률을 70%, 집행률을 60%로 끌어올리면 상반기에만 예년보다 대략 20조~30조원의 돈이 더 풀리게 된다. 선진국 등 전세계 경기둔화 여파로 민간의 투자와 소비가 미약할 것으로 보고 재정이 적극적인 구실을 함으로써 내수 경기의 마중물 구실을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가 돈을 더 풀수록 물가에는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재정 지출은 확대는 인플레 기대심리를 더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물가만은 반드시 잡겠다”며 ‘물가관리 실명제’ 등 강력한 정책 대응을 주문했고, 재정부는 조만간 종합적인 물가안정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경기가 상저하고로 예상돼 상반기에는 재정의 경기대응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물가 관리 강조로 정책 스탠스가 다소 꼬이는 모양새”라고 토로했다.
정부는 양대 선거를 3대 ‘복합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재원의 뒷받침이 없는 각종 선심성 정책에 엄격히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 스스로 복지와 일자리를 최우선 정책 과제라고 말하면서, 관련 예산을 늘리자는 정치권의 요구에 대해서는 “균형재정을 위협하는 포퓰리즘”이라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경제학)는 “선거를 경제의 악재로 보는 시각도 문제고, 복지 지출을 재정을 위협하는 소모성 지출로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서민 주거대책 역시 가계부채 연착륙 측면에서 보면 부정적 효과가 우려된다. 올해 내놓은 추가 대책은 보금자리론 대상을 확대하고 이자를 보전해주는 대출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당장 주거비 마련이 막막한 이들에 대한 금융 지원 성격인데, 궁극적으론 가계빚 부담을 늘리고 전체 가계부채를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계대출 연착륙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전셋값·분양가 하향 안정화라는 근원적 대책이 아닌 대증 요법에 기대는 한 가계부채 문제는 물론 서민주거 안정 대책의 실효성을 거두기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대내외 변수가 워낙 다양하고 전방위적인 복합적 위기 상황인 만큼 최적의 정책 조합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