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성장률 3.7% 전망
“경기 위축기에 긴축예산
타이밍 부적절하다” 비판
서민층 지원책도 안 보여
정부, ‘내수성장’ 바라지만
고용과 소득 뒷받침 안돼
저성장 타개 뾰족수 없어
“경기 위축기에 긴축예산
타이밍 부적절하다” 비판
서민층 지원책도 안 보여
정부, ‘내수성장’ 바라지만
고용과 소득 뒷받침 안돼
저성장 타개 뾰족수 없어
정부가 암울한 경제 전망을 내놨다.
기획재정부가 12일 발표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7%다. 올해 잠정치가 3.8%인 점을 고려하면 2년 연속 잠재성장률을 밑돌게 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7% 성장’을 약속했던 점에 비춰 보면 반토막에 불과한 경제 성적표다. 정부는 내년 경제정책 기조를 ‘경제활력 제고와 서민경제 안정’으로 잡았다. 하지만 저성장 국면을 타개할 활로는 딱히 내놓지 못했다.
■ 성장률 대폭 하향…긴축기조는 그대로 정부의 경제전망을 보면, 올해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수출이 내년도엔 한자릿수(8.4%)로 낮아지면서 경제의 성장동력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신규 취업자 수도 올해 40만명에서 내년엔 28만명으로 증가폭이 크게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 3.2%로 추정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도 물가 상승률이 올해만큼 높지 않겠지만, 지금 수준이 높은 상태여서 서민들의 부담이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예상대로라면 우리나라 경제는 2년 연속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3%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1970년대 이후 2년 연속 3%대 아래 성장률을 보인 것은 금융위기가 닥친 2008~2009년 이후 두번째다.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을 반영해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췄지만, 정작 경기 위축에 대응할 정책 수단인 재정은 종전의 긴축기조를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다. 박재완 장관은 “내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1~2%대로 급락하는 아주 어려운 국면이 오지 않는다면, 추가경정 예산편성은 없다”고 못박았다.
정부가 10월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경제성장률 4.5%를 전제로 짜인 것이어서, 이날 정부가 발표한 전망치보다 0.8%포인트 높다. 재정부는 그동안 내년도 예산안을 “군살을 뺀 긴축예산”이라고 불러왔다. 균형재정을 1년 앞당겨 2013년에 달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4%포인트 낮은 5.5%로 잡은 것이다. 지난 석달 사이 내년도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대응 수단이 될 재정정책은 그대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중기적 재정건전성 회복도 중요하지만 경기 위축기에 재정을 긴축하는 모습은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의 측면에서 봤을 때는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물론 정부는 재정 집행을 앞당겨 내년 상반기에 60%를 집행해 경기 위축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은 경기대 교수(경제학)는 “높아진 경제 불확실성에 맞서 안전판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게 재정인데, 지금 시점에 정부가 서둘러 균형재정을 회복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경기 위축의 가장 큰 피해자는 중산층 이하 서민계층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관련 대책엔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과 9월 세제개편안 및 예산안 편성 때 내놓은 대책의 복사판이 대부분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예산과 세제가 확정된 마당에서 새롭게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며 “그렇지만 만 4살 이하 보육료 지원을 위해 관계부처 간 협의가 진행중이고, 내년에 상황이 더욱 나빠지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내수가 수출 부진 떠받칠까? 정부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 가운데 2.9%포인트를 내수가, 0.8%포인트를 순수출이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는 올해 2.5%에서 내년에는 3.1%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수출 부진을 내수가 어느 정도 떠받쳐 줄 것이란 얘기다. 내년에는 물가가 안정돼 실질소득이 늘어나 그만큼 소비 여력이 증가할 것이란 논리다.
하지만 고용과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내수의 성장 여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내년 취업자 수 전망치는 28만명에 불과하다. 올해 실적(40만명)의 3분의 2 수준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민간소비 증가율은 줄곧 경제성장률을 밑돌았고, 성장 기여율도 30%대 후반으로 예년 평균치(48%)보다 낮은 상태다. 성장과 소득, 소비 사이의 괴리가 심화된 탓이다. 한국은행은 “가처분소득의 97.8%를 소비에 지출하고 있는 상태에서, 가계가 소득 증대 없이 소비를 늘릴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내수의 또다른 축인 투자는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태다. 상당수 기업들이 생산라인을 줄이고 투자 축소에 나서고 있다. 가계의 명목소득은 지난해 5.8% 올랐지만 실질은 2.8% 증가에 그쳤고, 실질임금은 올해 들어 3분기째 감소세다. 기록적인 고물가 탓에 명목임금이 올라도 체감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소비의 기반이 되는 자산과 임금 변동성이 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류이근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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