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매출 3년만에 감소
자동차 판매량 12% 급감
카드 사용액 증가세도 둔화
“대외 경제위기에 소비위축”
‘내수가 수출부진 만회’ 의문
자동차 판매량 12% 급감
카드 사용액 증가세도 둔화
“대외 경제위기에 소비위축”
‘내수가 수출부진 만회’ 의문
대형 백화점의 월별 판매액이 3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서고 자동차 내수 판매량은 두달째 가파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주요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둔화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을 국내 소비가 어느 정도 받쳐줄 것이란 정부 전망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1일 기획재정부의 집계를 보면, 국내 대형 백화점 3사의 11월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 감소했다. 백화점 매출액이 마이너스 성장을 한 건, ‘리먼 사태’ 이후 경기침체기인 2009년 2월(-0.3%) 이후 처음이다. 백화점 매출은 2009년 3월 플러스로 돌아선 뒤 지난해 10월부터는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1월(24.0%)을 정점으로 5월부터 증가율이 한자릿수로 둔화했다. 특히 글로벌 재정위기가 본격화한 8월 이후 빠르게 하락세를 보이다 11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할인점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11월에 0.3% 증가해 8월(2.0%), 9월(-1.1%), 10월(5.5%) 등에 이어 부진이 지속됐다. 대표적 내구재인 자동차의 내수 판매량도 급갑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집계를 보면, 지난달 국내 판매량은 11만5768대로 지난해 11월보다 12.7%나 감소했다. 10월(-8.8%)에 이어 두달째 줄었고 감소폭은 더욱 커졌다.
또 다른 소비 지표인 신용카드 국내승인액은 14.5% 늘었다. 지난 8월(19.8%)과 9월(19.7%), 10월(17.4%)에 이어 지속적인 둔화세다. 이는 지난 2월(1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최근 금융당국이 신용카드사 카드발급 규제에 나선 영향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용·소비와 직결된 설비투자는 지난 10월에 이미 전년 동기보다 11.9% 줄어 2009년 8월(-15.2%)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소비재 수입(11월1일∼20일)도 8.7%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 7월 30%를 웃돌았으나 9월 25.2%, 10월 11.7%에 이어 하락세가 가파르다.
재정부 관계자는 “유통업 매출이 부진한 가운데 자동차 판매도 감소폭이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유럽 불안 등 불확실성이 예상보다 빠르게 국내 소비를 제약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6일 발표한 국민소득 잠정치를 보면, 지난 3분기 민간소비는 승용차 등 내구재 소비를 중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에 그쳐, 2009년 3분기(0.4%) 이후 가장 낮았다.
정부와 한국은행, 대부분의 국책연구소는 내년 우리경제의 수출 부진을 내수가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은 3.7%로 올해(3.8%)와 비슷하지만,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해 2.5%에서 3.2%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하락하고 실질소득이 증가하면서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수출을 앞지를 것이란 전망이다. 12일 내년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정부 전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내수의 성장 여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고 가처분 소득은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이 그리 크지 않다”면서,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2%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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