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주요 대기업 광고담당 간부 불러놓고 “광고비 지출 늘려야”
참석자들 “종편에 광고하라고 메시지 준 것으로 받아들여”
참석자들 “종편에 광고하라고 메시지 준 것으로 받아들여”
조중동 종합편성채널(종편)을 허가해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대기업 광고 책임자들을 불러 광고비 지출을 늘리라고 요구한 사실이 밝혀졌다. 참석자들은 “사실상 종편에 광고를 하라는 압력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6일 저녁 서울 종로의 한 중국음식점에 주요 대기업 광고담당 임원과 광고업계 간부들을 불러놓고 “광고를 비용이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보고 기업들은 광고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최 위원장은 또 “광고가 활성화돼야 산업이 큰다”며 “기업들이 광고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위원장이 직접 종편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종편에 대한 광고를 늘리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조선·중앙·동아일보와 매일경제가 대주주인 4개 종편이 지난 1일 개국했지만 0%대의 극심한 시청률 부진과 광고 수주의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에서 최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종편 살리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한 방통위원장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없는 대기업 광고담당 임원들을 비공개로 불러 광고 증대를 요구한 것은 직무 범위를 넘어선 행동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기업 참석자는 “직접 말은 안 했지만 종편에 광고하라고 메시지를 준 것으로 받아들인다. 종편 허가에 이어 광고비 확대까지 방통위원장이 요구하고 나서니 모양새가 심히 사납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임원은 “종편 개국 전에도 (방통위에) 불려갔는데 종편 개국 며칠 만에 또 불려갔다”며 “종편 광고를 지원해주라는 메시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최 위원장이 주요 그룹 광고담당 임원들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저녁모임에는 최 위원장과 현대자동차, 엘지(LG), 에스케이텔레콤(SKT), 케이티(KT) 등 5개 기업 광고담당 임원, 제일기획 등 광고회사 2곳 사장, 김상훈 광고학회 회장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 등은 주파수 할당과 요금 인허가, 불공정 경쟁 조사 등 방송통신위의 직접 영향권 아래 있는 통신 기업이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규제기관의 광고지출 확대 요구를 압력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 현 정부가 말해온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실체와 편향적 언론정책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의 광고규제 완화 등 업계의 어려움을 듣는 자리였다”며 “업계가 압력으로 느낄 발언은 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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