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부터 현재까지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임을 드러내는 구체적인 증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론스타에 대한 ‘자격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것들이다. 당시 승인결정을 내렸던 정책당국자들에 대한 책임 논란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7일 기자회견을 열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국외는 물론 국내에 있는 비금융 자회사를 승인신청서에서 누락시켰다고 밝혔다. 참여연대가 공개한 누락 자회사는 국내의 스타타워 주식회사로 당시 자산은 614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국외에서 누락된 미국의 레스토랑 체인 등의 총자산 1조원과 론스타가 신청시 시인한 비금융회사 자산 7660억원까지 포함할 경우 비금융회사 자산총계는 2조원을 넘게 된다.

은행법은 은행 인수자가 보유한 비금융회사의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이거나 인수자본 가은데 25% 이상이 산업자본이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외환은행 매각을 긴박하게 처리하다보니 국내와 달리 국외에 있는 회사(특수관계인)는 모두 조사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국내 자회사까지 누락시킨 것으로 새로 드러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면서도 “당시 론스타 펀드IV만을 조사했을뿐 이번에 공개된 론스타 펀드III는 미처 조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또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대금을 납입하기 하루전(2003년 10월29일) 펀드 참가자들을 바꿨는데, 새로 추가된 5개 회사는 자본총액조차 명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 5개 회사가 금융회사라 할지라도 빠져나간 회사의 자본총액(4680억원)이 상대적으로 커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자격인 비금융주력자의 자본총계가 25%이하로 유지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이 애초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들 때부터 자격심사에 엄밀한 잣대를 적용할 의지가 없었음을 시사하는 정황들도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한겨레>가 입수한 당시 통화기록을 보면, 금융감독위원회 고위관계자는 외환은행 임원에게 “론스타의 자격문제 시비에 대한 외환은행 쪽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금감위는 이 문제에 대해 최대한 긍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자격 문제를 활용해 협상에 유리한 지렛대로 활용하자는 뜻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재경부와 금감위 담당 국장이 합의하고 자격 요건을 풀어주면 누가 시비를 걸겠는가?”라며 “현 상태에서 자격문제에 대해 확답을 줄 수는 없지만,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동의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론스타의 자격 문제는 중요한 변수로 고려하지도 않았고, 이 문제보다는 인수가격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정은보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 판정되더라도 하나금융의 자회사 편입 승인과는 큰 관련이 없다”며 “외환은행 지분 41.02% 외에 추가로 6%를 더 매각하라는 명령이 내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