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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미 실질 실업률 20% 육박하는데
위기 불러온 월가는 ‘보너스 잔치’

등록 2011-12-06 21:35

자영업자들 매출감소 호소
“3년전 금융위기뒤 30%↓
지금은 다시 반토막 났다”
은행들은 정부가 준 돈으로
신흥국 시장서 투기 행각
금융위기전과 맞먹는 임금
뉴욕시립대에 다니는 조나단 맥킨넌은 최근 졸업을 1년 늦추기로 했다. 내년 봄 졸업을 앞두고 지난 여름부터 몇몇 투자은행에 이력서를 냈지만 인턴 제의조차 받지 못했다. 지난해 스탠포드대에서 교육개발 석사 과정을 마친 조안나 란델은 지난 6월에야 보스턴의 한 비영리단체에 취직했다. 원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실업기간이 너무 길어지는 게 걱정스러웠다.

미국에서도 경제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사람들은 줄어드는 일자리 때문에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 정부가 집계한 공식 실업률은 9%지만, 구직을 포기하거나 불가피하게 시간제로 일하는 노동자를 포함하면 실질 실업률은 20%대에 육박한다.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호소한다. 뉴욕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조세프 메시는 “3년 전 금융위기 뒤 매출의 30%가 감소했는데, 지금은 거기서 다시 반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월가의 분위기는 이런 고통에서 한발 비껴서 있는 듯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 캐피탈의 딘 마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지만 미국 경제는 앞으로 2.5% 수준의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낙관했다. 유럽 재정 위기의 전염 우려에 대해서도 “미국은 내수 중심의 경제인데다 유럽 수출비중이 12% 정도여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제이피모건 등 다른 대형 투자은행들의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대조적인 모습은 미국 정부의 기대를 비웃는다. 미국 정부는 월가의 금융기관을 구제하면 대출이 살아나고, 이것이 고용과 소비,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현실은 다르다. 은행들은 가계나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대신 국채 투자 등을 통한 돈놀이에만 몰두하고 있다.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 참가했다는 에스피티아는 “미국의 금융회사들은 정부가 거의 공짜로 준 돈으로 신흥국 시장에서 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며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최고경영자들에게 금융위기 이전과 맞먹는 임금과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분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애초 정부가 재정을 금융기관보다 가계에 직접 투입하는 방식이 옳았다고 주장한다. 제임스 패로 뉴욕재정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3~4년째 이어지는 높은 실업률과 집값 하락으로 중하위 계층의 고통이 커져가고 있다”며 “이제라도 정부는 금융기관을 지원할 돈을 고용을 늘리는 데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기의 주범인 금융자본에 기대 경제를 회복하려는 미국 정부의 태도가 위기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며 “금융기관의 투기적 행태가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뒤 미국 정부는 금융기관 부실로 망가진 시스템을 복원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을 투입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역시 양적완화 등을 통해 전례없는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성장궤도에 오르지 못했고, 재정만 더욱 축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의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의 9%대에 이른다.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면서 정부 지출을 늘리는 건 더 어려워졌다.

알엘렌 핌코 사장은 “미국은 과도한 부채와 만성적인 실업과 같은 성장의 구조적 장애물과 약화된 정치시스템, 세계 경기 침체 우려라는 악재에 직면해 있다”며 “앞으로도 저성장과 일자리 부족, 불평등 심화 같은 사회적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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