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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9번째…반도체·컴퓨터·선박 등이 견인
무역의존도 88% 달하고 취업창출 8년새 40%↓
무역의존도 88% 달하고 취업창출 8년새 40%↓
우리나라가 5일 세계 9번째로 연간 무역 규모 1조달러 시대에 진입했다. 1947년 무역액 1억달러에서 시작한 지 64년 만에 이룬 쾌거다. 하지만 지나친 ‘수출 올인’에 따른 불균형 성장과 부문별 양극화는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최대 숙제가 됐다.
■ 철광석 내다팔다 반도체 수출국으로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5일까지 올해 누적 수출입액이 5150억달러와 4850억달러를 기록해 1조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앞서 무역액 1조달러를 달성한 8개 나라들이 1000억달러에서 1조달러까지 도달하는 데 평균 26.4년, 5000억달러에서 1조달러는 평균 8.4년 만에 이룬 것을 우리나라는 각각 23년, 6년으로 단축했다. 고도성장을 해온 만큼 무역 또한 빠르게 증가했다.
1960년대까지 주력 수출품은 쌀, 어류, 광석 등 1차산업 제품이었다. 무역액 10억달러를 달성한 60년대 말부터는 의류, 직물, 신발 등 싼 임금을 활용한 노동집약적 제품이 주력 수출품이었다. 박정희 정권이 중화학 공업을 육성하면서 철강판, 전기기기의 수출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포항에 제철소가 지어졌고, 울산엔 석유화학단지가 들어섰다. 무역 규모도 74년엔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현대자동차가 만든 포니도 이때 처음 선적됐다. 하지만 85년까지는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86년 저유가, 저금리, 저환율(약달러)을 뜻하는 이른바 ‘3저’에 힘입어 처음으로 31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88년엔 무역 10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90년대 들어 반도체, 컴퓨터, 선박, 석유제품 등이 5대 수출 품목으로 떠올랐고 이 골격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 ‘불균형 성장’ 최대 난제 우리 경제의 무역의존도는 88%에 이르고,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60%를 웃돈다. 역대 정부는 내수와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입을 모았지만 두 부문 사이의 격차는 확대돼 왔다.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자 경제성장률은 0.3%에 머물렀고, 국내 투자와 소비는 직격탄을 맞았다.
수출이 고용과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수출이 10억원 늘었을 때 늘어나는 취업자 수는 9.4명(2008년 기준)으로, 2000년 15.3명에 견줘 40%가량 줄었다. 특히 대표 수출업종인 전기·전자업종의 취업유발계수는 14.5명에서 6.6명으로 곤두박질쳤다. 기술·자본집약적 수출로의 질적 변화에 따른 현상이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수출 방식 또한 ‘낙수 효과’(트리클다운)를 감소시키는 주된 이유다. 현재 최종 수출품에 투입되는 수입 중간재 비율은 37%에 이른다. 미국(15%)·일본(17%)·독일(24%)은 물론이고 중국(20%)보다도 높다. 1000원을 수출하면 남는 건 533원뿐이고 467원은 원자재 수입에 나간다는 얘기다. 수출의 지역별·품목별 쏠림도 여전하다. 한국무역협회는 “선박·석유제품·반도체·엘시디·자동차·휴대전화 등 6개 품목의 비중이 높은 소수 주력품목 구조와 편중된 수출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류이근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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