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등 7곳과 협상진행…10곳과는 공동연구
교역비중 80% 넘게돼 부작용·위험성도 높아져
정부 주장처럼 경제적 효과도 회의적 전망 많아
교역비중 80% 넘게돼 부작용·위험성도 높아져
정부 주장처럼 경제적 효과도 회의적 전망 많아
‘최대한 많이, 최대한 높은 수준으로’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정부 전략은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는 2003년 ‘에프티에이 로드맵’을 내놓은 뒤 동시다발 협상을 통해 빠른 속도로 협정 체결 대상을 넓혀왔다. 협정 내용도 상품뿐 아니라 투자·서비스, 정부조달까지 최고 수준의 개방을 추진했다. 칠레(2003년)와의 첫 협정 체결 이후 불과 8년 만에 8개 경제권(전세계 국내총생산의 61%)과 협정을 맺었다. 칠레(87.3%)와 멕시코(71.6%)에 이어 세번째로 넓은 ‘경제 영토’를 갖게 된 것이다.
정부는 지금도 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 7개 경제권과 협상을 진행중이며, 중국·러시아 등 10개 경제권과는 협상 개시를 위한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협상중이거나 준비 단계에 있는 협정이 모두 타결되면 자유무역협정을 통한 교역 비중은 80%를 넘게 된다. 사실상 전세계 나라와 협정을 맺는 셈이다. 정부의 논리는 간단하다. “협정 역외국으로서의 불이익을 피하고 거대 경제권에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다자간 무역 자유화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가간 쌍무협정이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그 근거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통상실장은 “과거 자유무역협정은 상대국으로부터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이젠 역차별을 당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다. 이런 움직임에서 소외된다면 우리만 높은 관세를 무는 역차별을 당한다”고 말했다.
한-미 협정 때문에 미뤄졌던 다른 협상들은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애초 오스트레일리아와는 연내 타결, 중국과는 연내 협상 개시가 목표였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최대 쟁점인 쇠고기 협상을 채근하고 있고, 이른 시일에 협상 개시 선언을 하자는 중국 쪽 요구도 높은 상태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중단된 한-일 협정을 재개하기보다는 한-중 협정의 협상 개시가 우선”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고강도 속도전’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으로 정부의 대외 경제정책이 엄청난 ‘부자유’에 묶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 명예교수는 “정부가 미국과 유럽연합에 이어 중국, 일본 등 거대 경제권과 동시다발적으로 협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들 협상이 모두 타결되면 우리나라는 대외 경제정책이 없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자유무역협정의 경제적 효과를 추정하는 데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책 연구소를 총동원해 장밋빛 일색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미 협정의 경우, 단기적인 국내총생산 증가 효과가 0.02%에 불과한 것으로 나오자, 자본축적과 생산성 증대라는 사실상 검증 불가능한 변수를 넣어 경제 효과를 부풀렸다. 그러나 칠레·유럽연합(EU) 등 기존 협정의 경우 정부의 애초 전망과 달리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됐다.
특히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크고 경쟁력이 앞선 경제권과의 협정 체결 때 나타날 부작용과 위험성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조미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보다 앞선 경제권의 경우 원산지 규정이 까다롭고 복잡하며, 철저한 사후검증을 요구한다”며 “원산지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특혜 세율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물론 막대한 추징금 및 상대국 거래처의 손해배상 청구 등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너무 많은 협정을 체결해, 관세 효과 등 협정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현상도 현실화하고 있다. 홍석빈 엘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협정마다 다른 원산지 규정과 통관 절차 때문에 활용도가 떨어지는 ‘스파게티 접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쌍무협정이 체결하기 쉽고 편리한 점이 있지만, 그와 동시에 복잡성 비용이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때 자유무역협정에 팔을 걷어붙였던 멕시코는 ‘협정 체결국이 너무 많아 오히려 무역하기 힘들다’는 자국 기업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추가 협정을 사실상 접었다.
우리나라의 대외 의존도는 이미 85%에 이른다. 홍콩 등 일부 도시국가를 빼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동걸 한림대 객원교수(재무금융학)는 “우리 경제는 일부 예외적인 부분을 빼면 대부분 개방된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 주장처럼 엄청난 경제 효과가 추가로 더 나타날 여지가 그리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추가적인 시장 개방으로 얻게 될 실익보다는 그로 인한 부작용이 훨씬 크다는 얘기다. <끝>
김회승 정은주 기자 honesty@hani.co.kr
김회승 정은주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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