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우리은 판매 ‘파워인컴펀드’ 투자자 손 들어줘
외국계 파생상품을 확정금리 상품처럼…원금 전액 손실
이전 배상비율 40% 비춰 ‘이례적’…유사소송 잇따를 듯
외국계 파생상품을 확정금리 상품처럼…원금 전액 손실
이전 배상비율 40% 비춰 ‘이례적’…유사소송 잇따를 듯
우리은행에서 2005년부터 판매됐던 우리자산운용의 파워인컴펀드에 투자했다가 원금을 몽땅 날린 고객들이 손실액을 배상해달라며 제기한 법정 다툼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파워인컴펀드 투자자 87명이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재판에서 우리은행 쪽이 손실액의 70%를 배상하도록 판결했다고 투자자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한누리가 2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총 20억3400만원가량을 돌려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그동안 인정한 펀드 판매사나 운용사의 손해배상 비율이 최고 40%였음을 감안할 때 이번 배상비율은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다른 파워인컴펀드 투자자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올 7월에 내린 판결에서도 손해배상 비율은 40%였다.
한누리의 김주영 변호사는 “파워인컴펀드 피해와 관련해 16건의 소송을 진행했는데 이전까지는 재판부에 따라 25~40%의 배상만 인정됐다”며 “70% 비율의 배상에 투자자들에게 이미 지급된 환매금과 분배수익금, 배상금을 합치면 당초 원금을 약간 웃도는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파워인컴펀드의 구조적인 위험성을 드러내 이를 판매한 것은 사실상 사기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그동안 단순히 설명이 부족했다거나 위험성을 축소했다는 수준으로 파악했던 다른 판결과는 대비된다”고 평가했다. 일반인들에게 공모 방식으로 팔기에 부적합한 외국계 파생상품을 우리은행과 우리자산운용이 안전한 확정금리상품인 것처럼 판매하는 잘못을 범했다는 것이다.
파워인컴펀드는 2차에 걸쳐 2300명의 투자자들로부터 1700억원가량을 끌어들일 정도로 한때 높은 인기를 누렸다. 미국과 유럽의 우량주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3개월마다 연 6.7%의 금리를 지급하는 안정적인 수익상품으로 알려진 덕분이었다. 하지만 편입 종목이 일정한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막대한 손실을 입는 파생상품이어서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원금을 한푼도 건지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22일 만기에 이른 파워인컴펀드 1호는 원금을 전액 다 까먹었으며, 내년 1월 초 만기 도래하는 2호 역시 원금 100% 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큰 실정이다.
펀드의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판매에만 열을 올린 우리은행은 당혹감에 빠져 있다. 판매수수료 수익을 챙기려다 손실액 대부분을 배상해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강원 우리은행 부행장은 “판결 결과를 구두로만 전달받은 상태”라며 “판결문을 정식 전달받아 검토한 뒤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원 판결에 따라 유사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파워인컴펀드 투자자 2300명 가운데 법무법인 한누리를 통해 소송을 제기한 280명과, 금융감독원 조정을 통해 일부 보상을 받은 경우를 빼고도 아직 수백명의 투자자들이 만기를 기다려왔다는 점에서다. 김주영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펀드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해 재판부가 깊이있는 분석을 시도한 것이어서, 앞으로 펀드 손실에 대해 더 많은 보상이 이뤄지는 계기가 될 지는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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