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 규정·통관절차 제각각
‘특혜관세’ 활용률 20% 불과
‘특혜관세’ 활용률 20% 불과
기업들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와 교역을 하면서 정작 관세인하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이른바 ‘스파게티 접시(볼)’ 효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관세청 분석을 보면, 2007년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아세안(10개국)과의 지난해 상반기 교역에서 우리 기업들이 특혜관세를 적용받아 수입한 규모(금액 기준)는 49%, 수출은 21%에 불과했다. 2009년 발효된 한-인도 자유무역협정의 경우에도 수입은 7%, 수출은 15%만이 특혜관세를 적용받았다. 지금까지 맺은 자유무역협정 가운데 칠레·싱가포르·유럽연합을 제외하면 특혜관세 적용 교역 비율(협정 활용률)은 대부분 50%에 미치지 못했다. 대아세안 수출의 협정 활용률은 2009년 24%에서 지난해에 더 떨어진 것이다. 대유럽연합 수출의 협정 활용률(7~10월)은 58.9%로 집계됐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아시아 주요 5개국의 특혜관세 활용률을 조사한 결과(2006~2009년)를 보면, 우리나라는 평균 20.8%로 일본(29.0%)과 타이(24.9%)보다 뒤졌다.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의 활용률은 평균 64%다.
전문가들은 국내 수출입 기업들이 자유무역협정의 최대 이점인 관세 인하·철폐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를 스파게티 접시 효과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홍기빈 엘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협정마다 제각각인 원산지 규정과 통관 절차 때문에 거래 비용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아예 특혜관세를 포기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스파게티 접시 효과가 나타나는 주된 이유는 ‘한국산’을 증명하는 원산지 규정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현재까지 체결한 7개 협정의 원산지 규정의 경우, 범유럽형(EU·EFTA), 나프타형(미국·칠레), 혼합형(아세안·인도) 등으로 나뉘는데 각각의 형식과 세부 기준이 다르다. 최근 비준안이 통과된 한-미 협정도 전체 양허 품목 5224개의 76%에 해당하는 3961개 품목에서 이전의 자유무역협정과는 다른 원산지 기준이 적용된다. 조미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산지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협정 상대국의 사후 검증으로 거액의 벌금을 물 수도 있다”며 “특히 대기업보다 인력과 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관세 효과를 전적으로 누리는 게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중소기업의 협정 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8개 시·도에 지원센터를 추가로 설립해 연간 1억50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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