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협, 올 상반기 통계
상위 20대 기업과 비교땐 5%에도 못미쳐
대기업 독점화로 기업간 격차 매년 벌어져
상위 20대 기업과 비교땐 5%에도 못미쳐
대기업 독점화로 기업간 격차 매년 벌어져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순이익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0일 한국상장사협의회 통계치를 보면, 올해 상반기 상장사 중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 중소기업 527곳의 순이익은 838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출액 상위 20개 상장 대기업(17조2379억원)의 5%에도 못미친다. 양쪽의 순이익 격차는 2007년 26조원에서 2008년 19조원으로 줄었다가 2009년 29조원, 작년39조원으로 다시 확대됐다. 올해는 상반기까지 16조4000억원 차이를 보여 작년보다는 좁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연간으로 따져 30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상장 중소기업 527곳의 순이익은 삼성전자(4조8195억원)의 6분의 1 정도인 17.4% 수준이다. 현대차 2조5583억원, 포스코 2조1732억원, 현대중공업 1조4418억원, 기아차 1조1806억원, 엘지(LG)화학 1조2055억원, 에스케이(SK)텔레콤 1조351억원, 현대모비스 9888억원 등 대기업들의 순이익도 500여개 중소기업의 성과를 합한 것보다 많았다.
양극화 심화는 시장 만능주의의 보편화에 따른 소수 대기업들의 시장 독점화에서 주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대기업들이 납품을 받아주는 대가로 중소기업 쪽의 기술을 탈취하고, 상도의를 넘어 중기 영역인 고추장이나 떡볶이 사업에까지 나서는 행태도 양쪽의 격차를 벌린 요인으로 꼽힌다.
기업은행경제연구소의 신동화 연구위원은 “2006년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가 폐지되는 등 대기업 편향적으로 제도가 바뀌고, 이마트를 비롯한 거대기업 계열들이 국내 유통망을 장악해 중기 쪽의 납품 단가를 쥐어 짜는 방식으로 ‘나쁜 이윤’을 대거 거뒀다”고 비판했다. 그나마 올 상반기에 격차가 약간 줄어든 것은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 출범 뒤 납품 단가를 감시하고, 상생 협력하자는 분위기가 미흡하게라도 조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와 경기 하강에 따라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금융위원회가 내년 1분기 중 ‘중소기업 금융환경 혁신 대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와관련, 21~22일 충북대 창업보육센터, 전주 과학산업연구단지, 광주 평동산업단지, 부산 테크노마트, 대구 성서산업단지에서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예정이다. 신동화 위원은 중소기업 금융 여건 중 개선돼야할 핵심 사항으로 보증제도를 꼽았다. 대표이사 연대보증 제도가 너무 엄격해 사업에 한번 실패할 경우 재기할 수 없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또 중소기업들이 지금보다 대출은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하되, 연장이나 상환에 관한 사후 관리는 엄격하게 하는 쪽으로 고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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