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임시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금융당국 책임론 후폭풍
2003년 대주주 적격성 논란 안고 매각
2005년 ‘비금융’ 물증 드러났어도 놔둬
6개월마다 심사규정 제대로 이행안해
2003년 대주주 적격성 논란 안고 매각
2005년 ‘비금융’ 물증 드러났어도 놔둬
6개월마다 심사규정 제대로 이행안해
금융위원회가 18일 론스타에 외환은행 초과 지분을 팔도록 명령한 방식을 두고 거센 후폭풍이 불고 있다. 론스타에 상당한 이득을 안겨주는 결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은데다, 외환은행 노조와 정치권이 주장해온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그리고 이번에 매각을 앞두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문제다. 정부 당국의 ‘원죄론’에 ‘책임론’이 덧붙여지고 있다.
현행 은행법(제2조1항9호)상 은행 인수자의 자본 중 25% 이상이 산업자본이거나 동일인(본인+특수관계인) 중 비금융회사의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인 경우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어느 한 항목에만 해당돼도 대주주가 될 수 없는 터에, 론스타는 두가지 면에서 모두 부적격하다는 정황이 잇따라 제시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론스타가 일본에 자산 규모 4조원이 넘는 골프장 법인(PGM Holdings KK)을 2005년부터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최근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공시를 보면, 론스타는 파친코 업체인 헤이와(Heiwa)의 공개매수 제안에 응하는 방식으로 지난 10월16일 공개매수 응모 계약을 맺어 12월5일 골프장의 매각을 완료할 예정이다. 론스타가 일본에 골프장 법인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일본 증시에 공시되는 방식으로 소유 사실이 구체적으로 확인된데다 자산 가격 수준까지 명시적으로 드러나 현행 은행법상 산업자본임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 됐다.
따라서 론스타는 적어도 2005년 이후에는 국내 은행의 대주주가 될 수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론스타 주도로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구성한 것이나, 그 이사진에 의해 7월 하나금융지주에 초과 지분을 팔기로 계약을 체결한 것 모두 원천 무효라는 주장은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금융위 쪽은 “일본 골프장 법인에 대해선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아직 산업자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003년 10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무효였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대금을 치르기 직전 금융 당국의 사전 승인 없이 정체불명의 펀드 5개를 공동 인수자로 끌어들인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금융 당국이 첫단추부터 잘못 끼웠던 셈이다.
정부 당국은 2003년 당시엔 론스타 외엔 마땅한 인수 후보자가 없었고, 공적 자금을 추가로 조성할 수도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해명해왔다. 이를 인정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인수 뒤에라도 잘못을 시정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행 은행법은 6개월마다 비금융주력자 여부를 심사하도록 돼 있음에도 금융 당국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엄격히 진행할 경우 정부 스스로 예전의 잘못을 시인하게 되는 사태를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론스타가 일본 골프장 법인을 판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최근 시행된 미국의 ‘도드 프랭크법’에 따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사이트에 공시돼 있는 론스타의 동일인에 대한 비금융주력자 심사를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매각 결정이나 매각 방식은 그 뒤에나 이뤄져야 할 사항이라는 게 전 교수의 주장이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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