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공유제 반발할까 전전긍긍
민간기구로 법적 강제력 없고
청와대·정부 힘 실리지않아
대기업, 회의 나와서도 시간끌기
민간기구로 법적 강제력 없고
청와대·정부 힘 실리지않아
대기업, 회의 나와서도 시간끌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만 한다.”
최근 동반성장 이슈와 관련해 대기업 관계자들이 내놓는 볼멘소리는 하나로 모아진다. 불만 대상은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이익공유제 도입,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가이드라인,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형유통업체 판매수수료 인하 등이다. 불만을 드러내는 방식도 ‘적합업종 선정을 철회하라’고 공문을 보낼 정도로 노골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동반성장’, ‘공생발전’ 화두를 강조하던 몇 달 전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14일 동반성장위는 이익공유제를 둘러싼 대기업 쪽 반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난 10일 ‘창조적 동반성장(이익공유제) 모델’ 실무위원회가 결정한 이익공유제 도입 방안이 언론 보도(<한겨레> 14일치 1면)를 통해 알려지면서, 이에 반대하는 대기업들이 ‘세 모으기’에 나설까봐 우려해서다. 다음달 열릴 본위원회에서 대기업들이 강하게 반대하면, 이익공유제 도입 방안은 통과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실무위에 참석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 비밀인 원가·이익정보를 샅샅이 공개하는 이익공유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도입을 막기 위해) 다른 대기업들과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반성장위가 이달 초 발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도 후폭풍이 거세다. 발광다이오드(LED)와 레미콘 쪽 대기업들은 최근 동반성장위에 공문을 보내 ‘적합업종 선정을 철회 또는 유보해 달라’고 주장했다.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으름장도 놨다.
이처럼 동반성장위 결정사항이 잇따라 역풍을 맞는 가장 큰 이유는 민간기구이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자율합의를 원칙으로 하다 보니 법적인 강제력도 없고, 청와대나 정부가 힘을 실어주지도 않아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는 것이다. 동반성장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대기업들이 사사건건 반발하면서 회의 자리에서도 시간 끌기 전략을 펴는 모습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동반성장 정책에 뒷심이 부족해진 탓도 크다. 동반성장위처럼 민간기구도 아닌 정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대형백화점들과 판매수수료 인하를 놓고 두달씩이나 ‘줄다리기’를 벌였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대형백화점들이 9월 초 ‘판매수수료 3~7%포인트 인하’라는 큰 틀에 합의해놓고서도 세부적인 내용에서 어깃장을 놓는 바람에, 공정위는 11월 초에야 이 문제를 매듭지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과 대기업 총수들과의 만남도 몇달째 진전이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여기서 밀리면 계속 밀린다는 생각에 더 크게 저항하는 듯하다”며 “겉으론 동반성장 하겠다면서 실제로는 마지못해 하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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