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견서’ 반박-재반박
서울시가 제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견서에 대한 정부의 반박을 살펴보면 곳곳에 허점이 드러나 있다.
우선 한-미 협정이 발효되면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피소 가능성이 증가하고 소송에서 패소하면 지자체의 재정부담이 늘어난다는 우려에 대해 정부는 “피소 당사자는 지자체가 아니라 국가라 법무부가 소송절차를 밟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는 비판 요지를 흐리는 것이다.
서울시가 지적한 건 서울시가 직접 소송 당사자가 된다는 뜻이 아니라 서울시의 조처가 소송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한-미 협정 11.3조를 보면 지방정부가 채택한 조처로 재산상 손실이 발생했을 때 투자자가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게다가 법무부가 소송을 대리하더라도, 만약 미국 투자자에게 패소하면 해당 지자체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구상권 청구가 쉽지 않고 법원이 인정하는 보상 액수도 적다는 게 정부의 반론이다.
한-미 협정과 자치법규 간 충돌에 대한 파악이 미흡하다는 서울시의 주장에 대해서 정부는 “현행 자치법규는 포괄적으로 규제권한을 유지한다”고 맞선다. 하지만 한-미 협정이 발효된 뒤에는 현행 자치법규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경할 수 없다. 결국 정부가 한-미 협정과 어긋나는 지자체 정책을 파악해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여전히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세율 인하 등으로 감소하는 지방세수(연평균 1388억원)를 보전할 대책도 정부가 스스로 알아서 마련한 것이 아니다. 기획재정부가 한-미 협정이 발효되면 단기적으로 국세도 줄어든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국회가 국정감사 때 지적해 지난달 24일에야 합의했다. 그 보전 대책도 주행분 자동차세 정액보전금을 현행 8442억원에서 9830억원으로 인상하는 방식이라서 직접세를 간접세로 전환해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정부부처 합동 브리핑 뒤 긴급 브리핑을 열어 한-미 협정이 정치적 논쟁이나 이념적 문제가 아니라 국익과 1000만 서울 시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란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정은주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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