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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70억 인구와 한국 사회

등록 2011-11-06 20:30

이강국 교수의 경제산책
국제연합(UN)의 발표를 보면 지난주에 세계인구가 70억명을 돌파했다. 12년 만에 10억의 인구가 늘어난 소식과 함께 식량난과 에너지 부족 그리고 환경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자손을 퍼뜨리는 것은 유전자의 명령이라고도 하지만, 이미 10억이 넘는 사람들이 마실 물도 음식도 모자라는 가난에 빠져 있는 상황이니 급속한 인구 증가는 아무래도 고민스러운 일이다.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곳은 역시 아프리카나 남아시아 등의 가난한 국가들이다. 인도는 인구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일부의 주들은 신혼부부가 임신을 2년 동안 미룰 경우 돈을 지급하기도 한다. 인도는 높은 출산율과 함께 인구의 절반 이상이 25살 미만이라, 앞으로 중국의 경제성장률마저 따라잡을 것이라 전망된다. 하지만 여전히 나라는 가난한데 폭발적으로 인구가 늘어나 사회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인도에서도 가족계획 정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첫 여성 총리인 인디라 간디가 1975년 정치적 반대를 탄압하며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뒤, 그의 아들이 주도하여 주마다 할당량을 정하고 강제로 불임수술을 시키는 등 엄격한 산아제한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1977년 총선이 실시되자 “인디라를 쫓아내고 거시기를 지키자”라는 구호까지 등장하여, 결국 그녀는 총선에서 패배했고 이후에는 가족계획이 거의 실종되고 말았다.

그러나 가족계획에도 한계가 많다. 아프리카 등 많은 개도국들은 출산율을 낮추려고 피임약의 보급과 같은 여러 노력을 해 왔지만, 직접적인 정책의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보고된다. 가난한 나라의 부모들은 자식들을 일종의 재산이자 늙은 뒤에 기댈 언덕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이들의 결정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여성의 지위나 사회적 규범, 그리고 경제와 사회구조의 전반적인 변화 없이는 출산율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는 출산율이 낮아서 또 문제다. 중국은 1자녀 정책의 지속으로 2011년 출산율이 1.54까지 낮아지고 인구도 급속히 늙어가고 있어서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특히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 중인 우리나라 정부는 ‘낳을수록 희망 가득, 기를수록 행복 가득’이라는 표어 아래 출산율을 높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제한적인 정부의 금전적 지원만으로 젊은이들이 희망차게 아이를 더 낳아서 행복하게 기를 수 있을까. 일자리, 집값, 그리고 양육비와 교육비 걱정으로 결혼도 아이도 엄두를 내기 어렵다는 청년층의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사회경제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도 인구 증가를 걱정하고 가족계획에 열심일 때가 있었다. 어른들은 모두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과 오전반과 오후반이 있던 국민학교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때는 모두가 가난해도 희망은 모자라지 않았다. 1963년 가족계획 표어는 이렇게 외친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그 옛날의 이 표어가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는 피부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리쓰메이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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