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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부 가스요금 억제·공항 운영계약 해지도 제소당해

등록 2011-11-06 20:24수정 2011-11-06 22:04

법무부가 밝힌 정책유형별 투자분쟁 사례 및 대응방향(2010.9월)
법무부가 밝힌 정책유형별 투자분쟁 사례 및 대응방향(2010.9월)
법무부 ‘ISD 분쟁 사례집’ 보니
중앙-방정부 엇갈린 정책·공무원 태도까지 분쟁
“정부의 정책자율권 위축 가능성…철저 대비” 지적
미국 회사가 담배를 수출하는 자회사를 멕시코에 설립했다. 이 회사는 멕시코의 도매업자한테 담배를 구입해 수출한 뒤 세금을 환급받았다. 1991년 멕시코 법률이 개정돼 이 회사처럼 담배를 구입·수출하는 업자의 관세환급권은 폐지됐다. 회사는 북미자유무역협정(니프타)을 근거로 국제중재를 신청했고 중재판정부는 “차별적 조처”라며, 멕시코 정부에 손해배상 결정을 내렸다.

법무부가 지난해 9월 펴낸 <알기 쉬운 국제투자분쟁 가이드>와 <알기 쉬운 정책유형별 투자분쟁 사례> 자료집에는 각국의 국가정책이 곧장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의 대상이 된 구체적인 사례들이 잘 정리돼 있다. 법무부는 “정부 정책을 추진하거나 법률을 개정할 때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 제도가 지닌 엄청난 파급력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로 우리 정부의 정책 자율권이 제한될 가능성에 대해 법무부 스스로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법무부가 제시한 대표적 사례들을 추려본다.

법무부 ISD 피해 사례집
법무부 ISD 피해 사례집
■ 공공요금 인상 거부 한 스페인 회사가 아르헨티나의 가스부문 민영화에 참여해 가스를 공급하던 중 경제위기로 자산가치가 폭락하자 가스요금 인상을 요청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이를 거부해 스페인 회사가 중재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정부 조처도 차별적이고 간접수용에 해당한다면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공공부문 민영화 과정에서 공공요금 상한선 유지의 필요성과 정책적 고려를 외국인 투자자에게 고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공항운영 계약 일방 해지 헝가리 부다페스트 공항을 둘러싼 국제분쟁 사례는 인천공항 민영화 논란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키프로스 국적의 투자자가 헝가리 정부와 계약을 맺고 공항을 운영하던 중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당했다. 헝가리 정부가 운영권을 국영기관으로 옮기는 관련법을 제정한 것이다. 투자자는 헝가리 정부를 국제중재에 회부했고 중재기관은 정당한 정부 규제가 아니라며 배상하라고 결론지었다. 법무부는 “외국 기업과 공항, 항만, 터널, 도로 운영 계약을 체결했다가 나중에 국영기업을 내세워 계약을 해지하면 간접수용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 공무원의 불성실한 태도 미국의 한 목재회사는 캐나다에 제재소를 운영하며 미국으로 목재를 수출하고 있었다. 당시 미국과 캐나다는 5년 기한으로 목재수출 협정을 맺어 무관세 수출이 가능했다. 2001년 3월 협정이 만료됐고, 미국이 갱신을 요청했지만 캐나다 정부는 거부했다. 관세가 붙어 가격경쟁력을 잃게 되자 미국 회사는 중재를 신청했다. 중재기관은 협정 갱신 여부는 국가의 주권에 관계되지만, 캐나다 공무원이 불성실하고 무례한 태도를 보였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법무부는 “협정 갱신에 대한 기대감을 준 뒤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에 어긋나게 조처했다면 중재 결과가 달라졌을 것(투자자가 완전 승소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중앙정부·지방정부 엇박자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엇갈린 결정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손실을 입어도 분쟁 대상이 된다. 칠레 정부의 외자유치 정책에 따라 말레이시아 투자자가 복합계획도시 건설에 참여하기로 했다. 당시 사업 부지는 농지였으나 토지용도 변경에 대해 시장과 시의회가 승인한 상태였다. 이후 도시개발청이 그 지역의 도시개발계획이 적절하지 않다며 부지의 용도변경을 불허했다. 그러자 투자자가 반발해 중재를 신청했고 중재기관은 “자의적 조처로 인한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대우”라며 투자자의 손을 들어줬다. 법무부는 “지방자치단체가 투자자와 양해각서를 체결할 때 권한 범위를 넘는 약속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공공정책이 국제중재에 회부될 가능성이 없다는 외교통상부 해석만 믿기에는 너무나 중대한 제도 변경”이라며 “투자자 강제 중재권을 도입할지를 놓고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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