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FTA도 4개월간 오히려 무역수지 악화
“미국과 FTA 결과는 훨씬 더 심각할 것” 지적
“미국과 FTA 결과는 훨씬 더 심각할 것” 지적
“협정이 발효될 경우 대 칠레 무역수지가 연간 약 3억2000만달러 개선되고….”
지난 2003년 12월26일 우리나라가 맺은 첫 자유무역협정인 한-칠레 협정 비준안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윤영관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 말이다.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 우리나라의 수출이 크게 늘어 무역수지가 개선된다는 게 정부가 일관되게 내세운 주장이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장밋빛 전망은 정반대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협정 발효 뒤 7년 동안 우리나라의 대 칠레 무역수지 적자는 89억달러에 이른다. 발효 전 해에 8억달러이던 적자 규모는 발효 이듬해 13억달러로, 그 다음해는 다시 22억달러로 늘어났다.
지난 7월 발효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의 성적표 역시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유럽연합은 세계 최대 경제권으로, 자유무역협정의 실제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 노릇을 한다. 지식경제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대 유럽연합 수출은 협정 발효 뒤 오히려 하락세를 걷고 있다. 지난 2009년과 2010년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은 각각 20.2%, 14.8%였으나, 협정 발효 이후인 지난 7월과 8월, 9월엔 증가율이 각각 15.4%, 11.9%, 10.0%에 그쳤다. 반면 수입은 되레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월과 8월, 9월의 수입 증가율은 각각 36.7%, 17.3%, 26.3%에 이른다. 발효 뒤 4개월 동안 우리나라의 대 유럽연합 무역수지 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7억달러나 악화됐다. 지난해 정부는 한-유럽연합 협정 발효 뒤 15년간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연평균 3억6100만달러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밖에 지난 2006년 9월 발효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의 자유무역협정도 역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07년 이후 4년 동안 우리나라는 모두 88억달러 적자를 냈으며, 정부의 애초 전망과는 달리 적자 규모도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런 사정은 정부가 주장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경제적 효과 재분석’ 보고서를 보면, 협정 발효 뒤 15년간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연평균 1억4000만달러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있다. 특히 농수산업에서는 연평균 4억3000만달러의 적자가 발생하지만, 제조업 분야에서 연평균 5억7000만달러 흑자를 볼 것으로 분석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는 “칠레의 경우 우리가 시험용으로 고른 파트너로 볼 수 있는데도 7년간 내리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우리보다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유럽연합이나 미국과의 에프티에이 결과는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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