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보고서’
대출 18개월새 28조 늘고 비은행권 내몰려
다중채무자 13.7%↑…금융 동반부실 우려
“은행권 생계형 자금 대출억제 속도 조절을”
대출 18개월새 28조 늘고 비은행권 내몰려
다중채무자 13.7%↑…금융 동반부실 우려
“은행권 생계형 자금 대출억제 속도 조절을”
한국은행이 최근 생계형 자금 수요로 저소득층과 비은행권의 가계대출이 크게 늘면서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가 취약해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부와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 억제가 저소득층의 빚 부담을 늘리는 것은 물론 다중채무자를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 저소득층·비은행권 대출 확대 한은이 30일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최근 한해 소득이 2000만원 미만인 저소득계층에 대한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이들 계층의 가계대출 잔액은 2009년 말 57조원에서 올해 6월에는 85조원으로 49.1%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늘어난 가계대출의 37%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지고 있다. 소득은 줄어든 반면, 전셋값 상승과 고물가 등으로 생계비가 늘어난 탓이다.
특히 저소득층은 비은행권으로 내몰리면서 빚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신용등급 5등급 이하 계층의 총 대출 가운데 비은행권 비중은 2009년 말 53%에서 올해 6월 56%로 높아졌다. 비은행권 대출금리는 24.4%로 은행보다 평균 2.5배나 높고, 같은 은행권 대출의 경우에도 저소득층 금리(10.4%)가 고소득층(7.8%)보다 훨씬 높다. 한은은 “여러 금융기관에서 동시에 빚을 내는 다중채무자도 늘고 있다”며 “주로 저소득층의 대출 수요가 비은행권으로 이동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에 따라 은행권의 생계형 자금 대출 억제 속도를 조절해 다중채무자 확대 등의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시기 도래도 가계대출 부실화의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 올 6월 현재 그동안 이자만 내다가 원리금 상환이 시작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2%로 지난해 말보다 4.3%포인트 많아졌다. 연소득보다 대출잔액이 4배 이상 많은 ‘취약대출’의 경우 올 하반기부터 내년 사이에 집중(34.8%)적으로 만기가 도래한다. 채무 부담이 일시에 높아지면서 연체율이 급증할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주택담보대출 연체액 중 절반(45.6%)가량은 원금상환이 시작된 뒤 10달 이내에 연체가 발생했다.
■ ‘다중채무자 증가’ 신용카드 부실 위험 커져 다중채무자와 복수카드론 이용자 증가는 신용카드사 대출의 부실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현금서비스·카드론과 함께 다른 금융권에서도 신용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2009년 말 160만명에서 올 3월엔 180만명으로 13.7% 증가했다. 올 3월 현재 카드론을 두 건 이상 이용하는 채무자가 110만명에 이르고, 카드론 이용자의 절반(52.9%)이 다중채무자에 속한다. 특정 카드사의 부실이 다른 카드사나 금융권에도 전이돼 동반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는 국내 은행들이 카드영업을 강화하면서 카드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외형확대가 빠르게 진행된 탓이다. 지난해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은 전년보다 30.3% 늘었고, 카드론은 지난 한해에만 42.3%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 작은 충격에도 은행들 외화유동성 악화 우리나라 은행들이 보유한 외화채권의 대부분은 외화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국내은행이 보유한 외화채권(118억달러) 가운데 현금화가 쉬운 선진국 국공채 투자 비중은 0.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 금융기관이나 일반기업, 정부·공기업이 발행한 외화채권의 보유비중은 63.3%에 달했다. 이런 채권은 우리나라의 외환건전성이 악화되면 신용위험이 같이 높아지기 때문에 정상적인 매각이 어렵다. 실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 국내은행이 보유한 외화채권 가운데 2.1%만이 달러화로 매각할 수 있었다. 한은은 “투자 다변화를 유도하도록 규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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