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성장률 3.4% 그쳐
설비 투자·소비 큰폭 둔화
올해 ‘4%대 성장’ 물건너가
설비 투자·소비 큰폭 둔화
올해 ‘4%대 성장’ 물건너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 3%대에 머물렀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목표인 연간 ‘4%대 성장’은 사실상 물건너갔다. 세계경제 둔화에 따라 국내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기조에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지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전기 대비 0.7%) 증가했다.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8.5%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2분기(3.4%)에 이어 3분기에도 둔화세가 지속된 것이다. 추세를 보여주는 전기 대비 성장률도 지난 1분기 1.3%, 2분기 0.8%에 이어 3분기에는 0.7%로 더 하락했다.
설비투자를 비롯해 수출과 민간소비 등 전 부문에서 성장 탄력이 둔화하는 양상이다. 전년 동기대비 설비투자 증가율은 1.4%로 전분기(7.4%)보다 큰 폭으로 축소됐고, 민간소비 증가율(2.2%)도 전분기(2.9%)보다 낮아졌다. 수출 증가율은 전분기 13.0%에서 9.4%로, 수입은 9.3%에서 6.4%로 각각 둔화됐다. 건설투자는 4.2% 감소하면서 지난해 2분기 이후 1년6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다만 교역조건 변화를 반영한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년 동기보다 0.6% 늘어 전분기(0.5%)보다 조금 개선됐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저조했던 건, 금융위기 여파로 환율이 급등하는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핵심인 설비투자가 상당히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물가가 많이 오르고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민간소비가 위축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정부(4.5%)와 한은(4.3%)의 목표치는 물론 잠재성장률인 ‘4%대’ 달성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올해 연간 성장률이 4%를 넘으려면 4분기 성장률이 최소한 5%대를 웃돌아야 한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는 건 무리이고, 횡보 국면이라고 본다”면서 “4분기에는 지금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이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선진국의 경기 둔화가 깊어지고 중국의 성장세가 주춤하는 등 대외 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1,3%, 3분기는 2%대에 머물 전망이다. 중국의 성장률은 1분기 9.7%, 2분기 9.5%에서 3분기 9.1%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글로벌 달러 약세(원-달러 환율하락) 기조가 이어진다면 국내 기업의 수출 채산성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올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5.3% 수준의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줄곧 경제성장률을 웃돌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이 몰리는 연말에 성장률이 다소 높아지는 ‘상저하고’가 나타날 수 있지만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며 “금융불안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여전한데다 물가상승 요인도 상존하는 상황이어서 내수와 수출 모두 지금보다 더 움츠러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회승 이재명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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