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다툼 논란 와중에서 직불형 카드가 관심권으로 부각됐다. 금융 감독 당국에서 수수료 논란을 잠재울 해법의 하나로 직불형 카드에 대한 소득공제 폭을 넓히자는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직불형 카드에는 ‘체크카드’와 ‘직불카드’ 두 종류가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둘 다 똑같은 것으로 여겨지는 수가 많지만, 차이가 있다. 신용카드 사용 때와 달리 결제 즉시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다는 점에서 둘은 같지만, 결제망이 각각 다르다. 체크카드 결제는 각 신용카드사의 전산망을 통해 이뤄지며, 직불카드는 금융결제원의 금융공동망에서 결제된다. 이 때문에 체크카드는 체크카드 소지자는 신용카드 회원과 마찬가지로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데 견줘, 직불카드 소지자는 금융공동망 가동 시간인 오전 8시부터 밤11시30분까지만 쓸 수 있다.
사용할 수 있는 범위에도 차이가 있다. 은행연합회 및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재 체크카드는 신용카드 가맹점 206만곳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직불카드 가맹점은 48만 곳에 지나지 않는다. 은행별 중복된 곳을 빼면 25만 곳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금융권에선 추정하고있다.
체크카드나 직불카드 모두 신용카드에 비해선 비중이 아직은 매우 작은 편이다.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지난 한해 신용카드 사용액은 412조1000억원에 이르는 데 비해 체크카드는 51조5000억원, 직불카드 결제액은 3000억원 수준이다. 그나마 체크카드는 꾸준히 비중을 늘려가고 있지만, 직불카드는 사양길을 걷고 있다.
은행연합회 윤성은 수신제도부장은 “소비자들이나 가맹점 쪽에서 볼 때 체크카드와 직불카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신용카드에 비해 불리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의 예를 들어보자. 이 회사의 신용카드인 ‘하이포인트카드’는 최고 5%까지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데 비해 체크카드인 ‘하이포인트체크’ 소지자에 대한 적립 비율은 3%로 낮다. 할인 서비스를 보더라도 체크카드가 불리하다. 신한카드 ‘러브카드’로 지에스(GS)칼텍스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면, 리터당 60원의 할인 혜택을 보는 데 견줘 ‘러브체크카드’를 쓰면 할인액이 40원으로 떨어진다. 직불카드를 사용할 경우엔 이런 서비스를 아예 받을 수 없다. 신용카드사 쪽도 체크카드보다는 신용카드 사용을 반긴다.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높기 때문이다. 신한카드 예를 보면, 체크카드의 중소 가맹점 수수료는 1.0%인데, 신용카드 수수료는 2.05%(내년 1월부터 1.6~1.8%)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맹점 평균 수수료가 2010년 신용카드는 2.2~2.6%, 체크카드는 1.9%, 직불카드는 1.0% 수준이다. 가맹점으로선 소비자가 신용카드사가 원하니 별 다른 선택 여지가 없다. 또 직불카드를 받으려면 가맹점 쪽이 대당 4만~5만원에 이르는 비밀번호 입력기(PIN 패드)를 설치해야하는 것도 부담이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체크카드나 직불카드 사용이 많아지는 게 바람직한데, 여러가지 혜택 때문에 소비자들이 신용카드 사용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빚을 내 소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고, 직불카드나 체크카드 사용을 늘리는 쪽으로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체크, 직불카드 사용에 대한 소득공제 폭을 확대하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선 “소득 한도에서 소비하기보다는 인센티브(할인, 포인트 제고 등 여러 혜택)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소비자들의 행태를 볼 때 효과가 꽤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종의 빚으로 외상 구매를 하는 신용카드 사용을 상대적으로 억제해야한다는 당위성에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따라서 시일의 문제일 뿐 결국 신용카드 소득공제 폭은 줄어들고, 직불형 카드의 공제 폭은 신용카드 쪽보다 넓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신용카드 사용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강한 불만이 제기되며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어보인다. 정책적으로 미리 유도를 했어야할 사안을 너무 미뤄놓은 데 따라 치러야 하는 비용이다. 현행 세법상 공제제도를 보면 신용카드의 경우 연소득 25%를 넘어서는 사용금액의 20%(300만원 한도)까지 소득을 공제해준다. 직불형 카드의 소득공제 폭은 25%로 조금 더 크며, 이를 30%로 높이는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안철수, 박근혜와 정면승부 불가피…선거 최대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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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 윤성은 수신제도부장은 “소비자들이나 가맹점 쪽에서 볼 때 체크카드와 직불카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신용카드에 비해 불리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의 예를 들어보자. 이 회사의 신용카드인 ‘하이포인트카드’는 최고 5%까지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데 비해 체크카드인 ‘하이포인트체크’ 소지자에 대한 적립 비율은 3%로 낮다. 할인 서비스를 보더라도 체크카드가 불리하다. 신한카드 ‘러브카드’로 지에스(GS)칼텍스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면, 리터당 60원의 할인 혜택을 보는 데 견줘 ‘러브체크카드’를 쓰면 할인액이 40원으로 떨어진다. 직불카드를 사용할 경우엔 이런 서비스를 아예 받을 수 없다. 신용카드사 쪽도 체크카드보다는 신용카드 사용을 반긴다.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높기 때문이다. 신한카드 예를 보면, 체크카드의 중소 가맹점 수수료는 1.0%인데, 신용카드 수수료는 2.05%(내년 1월부터 1.6~1.8%)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맹점 평균 수수료가 2010년 신용카드는 2.2~2.6%, 체크카드는 1.9%, 직불카드는 1.0% 수준이다. 가맹점으로선 소비자가 신용카드사가 원하니 별 다른 선택 여지가 없다. 또 직불카드를 받으려면 가맹점 쪽이 대당 4만~5만원에 이르는 비밀번호 입력기(PIN 패드)를 설치해야하는 것도 부담이다. 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체크카드나 직불카드 사용이 많아지는 게 바람직한데, 여러가지 혜택 때문에 소비자들이 신용카드 사용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빚을 내 소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신용카드 사용을 줄이고, 직불카드나 체크카드 사용을 늘리는 쪽으로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체크, 직불카드 사용에 대한 소득공제 폭을 확대하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선 “소득 한도에서 소비하기보다는 인센티브(할인, 포인트 제고 등 여러 혜택)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소비자들의 행태를 볼 때 효과가 꽤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종의 빚으로 외상 구매를 하는 신용카드 사용을 상대적으로 억제해야한다는 당위성에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 따라서 시일의 문제일 뿐 결국 신용카드 소득공제 폭은 줄어들고, 직불형 카드의 공제 폭은 신용카드 쪽보다 넓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신용카드 사용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강한 불만이 제기되며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어보인다. 정책적으로 미리 유도를 했어야할 사안을 너무 미뤄놓은 데 따라 치러야 하는 비용이다. 현행 세법상 공제제도를 보면 신용카드의 경우 연소득 25%를 넘어서는 사용금액의 20%(300만원 한도)까지 소득을 공제해준다. 직불형 카드의 소득공제 폭은 25%로 조금 더 크며, 이를 30%로 높이는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안철수, 박근혜와 정면승부 불가피…선거 최대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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