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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상·하 10% 임금격차 5배…자산가·대기업 ‘부축적’

등록 2011-10-17 21:20

내 밥그릇은… 유엔이 정한 ‘세계빈곤퇴치의 날’인 17일 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노숙인과 노인들이 지하철 서울역 계단에 길게 줄을 서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내 밥그릇은… 유엔이 정한 ‘세계빈곤퇴치의 날’인 17일 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노숙인과 노인들이 지하철 서울역 계단에 길게 줄을 서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국 99%의 쪼그라드는 몫
외환위기뒤 세계화 속에
불평등구조 고착화 가속
“이대로!”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강남 부자’들 사이에 퍼졌다는 유행어다. 당시 나라 경제는 파국 위기를 맞았지만 고소득 자산가와 일부 대기업들은 황금같은 ‘부의 축적기’를 누렸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우리 정부가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받아들인 이른바 ‘경제 구조조정’은 우리 사회 고용과 분배 시스템을 본질적으로 변화시켰다. 김영삼 정부 때 ‘세계화’로 잉태됐던 불평등과 양극화, 빈곤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여는 출발점이 됐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고령화 등 인구학적 변화와 맞물리면서 산업화 초기의 빈부격차와는 다른 성격의 불평등 구조가 고착화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가장 대표적인 소득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는 1990~97년 0.25~0.26 수준에 머물다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 0.29로 치솟았다. 마찬가지로 중산층의 하향 빈곤화를 보여주는 상대적빈곤율은 처음 두자릿수로 올라섰고, 하위 20%에 견준 상위 20%의 소득 크기는 1년새 3.97배에서 4.78배로 껑충 뛰었다.

외환위기 이후에도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인 충격을 겪을 때마다 불평등과 양극화의 골은 훨씬 더 넓고 깊어졌다. 소득분배 지표는 외환위기 이후 다소 개선되는 듯하다가, 카드 사태가 터진 2003년,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 다시 큰 폭으로 격차가 벌어진다.

무엇보다 빈곤화의 핵심인 고용 불안이 빠른 속도로 악화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10년 이상 근속자’는 평균 33%, 우리는 16%로 가장 낮다. 반면 1년 미만 단기 근속자의 오이시디 평균은 17%, 우리는 37%로 가장 높다. 평균 근속 연수가 4.9년으로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가장 짧은 나라가 됐다. 불과 10여년 남짓 만에 ‘평생 직장의 나라’에서 ‘초단기 노동자의 나라’로 전락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상·하위 10%의 임금 격차(시급 기준)는 5.1배로, 오이시디 중 가장 심하다는 미국(4.5배)을 앞질렀다. 남자 정규직 임금이 100이라면, 남자 비정규직은 53.2, 여자 정규직 66.3, 여자 비정규직 36.7에 불과하다. 모든 세대가 상시적인 고용 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처지가 된 것이다. “젊은 층이 88만원 세대라면, 고령층은 50만원 세대”라는 평가(박경숙 서울대 교수)가 나오는 이유다.

노동과 가계의 몫은 쪼그라들었지만 기업 비중은 빠르게 늘어났다. 국내 10대 기업의 자산총액이 국내총생산의 50%를 웃돌며 빠르게 ‘기업 사회’로 전환했다. 국민소득 중 노동자들이 가져가는 몫(노동소득분배율)은 2006년 61.3%에서 지난해에는 59.2%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민소득에서 기업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4.7%포인트 커진 반면, 가계 비중은 3.9%포인트 더 줄었다. 2000년대 들어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커지면서 소득에 이어 자산 불평등 또한 가팔라졌다. 특히 금융자산의 상·하위 계층의 격차(5분위 배율)는 2006년 4.35에서 지난해에는 7.80으로 5년새 두 배 가까이로 커졌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99%의 몫’은 점점 더 작아지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뿐 아니라 노인가구, 여성가장, 조손가정 등 새로운 빈곤 취약층은 갈수록 늘고 있다. 신 교수는 “이들은 위기에 가장 먼저 노출되지만 회복은 가장 더디다”며 “수출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국가 성장 전략을 서비스업과 중소기업 내수의 선순환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해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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