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유동성 공급’ 정상회담 발표문 삭제 소동
‘한국경제 위험’ 잘못된 신호 될까 뒤늦게 우려
‘한국경제 위험’ 잘못된 신호 될까 뒤늦게 우려
청와대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통화스와프(통화 맞교환)와 관련한 발표를 뒤늦게 수정한 데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청와대는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12일 오후(현지시각) 현지 취재진에 회담 내용을 담은 언론발표문안을 배포하고 사전 브리핑을 했다. 문제가 된 건 발표문안 중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이 외환 유동성 공급을 통한 환율안정 필요성에 의견을 같이하고’라는 대목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너무 앞서 가는 것이지만 그런 문제(통화스와프)를 시사하는 것으로 언급이 있을 것”이라고 시인하는 듯한 답변을 내놨다. 공교롭게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이날 “(통화스와프 추진 여부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체결 쪽에 무게가 실리는 구실이 됐다. 하지만 불과 몇시간 뒤 청와대는 애초 발표문에서 ‘외환 유동성 공급’이란 문구를 삭제하고, ‘필요시 협력’이란 문구를 추가한다고 정정했다. 기획재정부는 이와 별도로 “애초 발표문은 마치 지금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으나, 현 단계는 협정을 추진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는 해명자료를 냈다. 청와대 발표 내용을 정부 부처가 적극 부인하는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지난 2008년 맺은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은 당시 외화유출로 비상이 걸린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을 일거에 잠재우며 큰 효과를 발휘했다. 이런 학습효과 때문에 최근 금융불안이 다시 커지면서 재협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정부의 공식적인 태도다. 2008년과 달리 외화 유동성에 별문제가 없는데 협정을 추진하면, 오히려 우리 경제가 위험한 게 아니냐는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정부 관계자는 “(통화스와프는) 애초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도 아니었는데, 어쩌다 이런 혼선이 생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정책 책임자인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혼선이 빚어지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청와대가 정상회담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오버’하다 생긴 일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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